8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파출소 건너편 약전골목 입구. 택시 8대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도시철도 반월당역을 바라보고 있는 단속 카메라와 '통행위반 단속'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이 세워져 있었다. 근처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진입금지'라고 쓰인 푯말이 3개나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단속카메라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 여성이 택시에 타자 택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나와 우회전을 하더니 유유히 사라졌다. 이곳에서 30분 동안 전용지구로 불법 통행하는 택시는 18대나 있었다. 기자가 택시기사에게 "여기에서 택시를 탈 수 있느냐"고 묻자 기사는 "가능하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답했다. 이어 기사는 "이곳은 동성로와 약전골목을 오가는 시민들이 많아 택시 기사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한다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벌써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통행하는 택시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는 택시법과 관계없이 전용지구에서 불법 통행하는 택시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택시업계와 충돌이 예상된다.
택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통행은 대구 택시업계의 숙원 중 하나다. 대구시는 지난 2009년 12월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1.05㎞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전용지구는 대구도심을 관통하는 구간으로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택시 이용객이 끊이지 않는 노른자위 지역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와 대구 택시업계는 전용지구가 개통된 뒤 오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애초 대구시는 전용지구 구간의 기존 왕복 4차로 도로를 2차로 도로로 줄이고 시내버스와 오토바이, 일부 지정 차량만 다닐 수 있는 전용지구로 지정했다. 다만 야간 택시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택시 통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계속된 반발에 2011년 4월 대구시는 애초 통행 시간보다 2시간을 늘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택시가 전용지구를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와 택시업계 사이에 전용지구를 두고 팽팽하게 이어오던 줄다리기는 이달 1일 택시업계로 전세가 기울었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서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택시법이 국회를 통과해 택시업계에 힘이 쏠린 것. 실제로 택시기사들은 벌써 낮에도 전용지구를 통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택시업계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구 택시운송사업조합 김진명 전무는 "택시법이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 택시법과 관계된 모든 법령들이 개정되는 대로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택시의 불법 통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택시법이 시행돼도 택시가 전용지구를 전면 이용하는 일은 당장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불법통행 단속도 강화된다. 기존에 반월당과 중앙네거리 등 4곳에 설치된 CCTV를 2대 늘려 오는 3월 약령시 입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약령시 입구에 위치한 CCTV는 도시철도 반월당역에서 전용지구로 들어오는 차량만 단속이 가능해 약령시에서 반월당역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은 단속이 어렵다.
대구시 최영호 교통정책과장은 "애초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만든 취지가 시민들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택시법이 시행돼도 당장은 택시 통행을 허용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택시업계에서 전면 통행을 요구한다면 타협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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