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집단은 물론 국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천재지변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천재지변은 국가의 지혜로운 대처로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천재지변의 시작은 막을 수 없어도 그 피해는 막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민방위훈련에 참여하고, 이런저런 재난 대처법을 배우고, 관련 장비'물품'인력을 준비하라며 국가에 세금을 낸다.
한 달여 전부터 폭설과 한파가 대구에 계속 들이닥쳤다. 그러더니 도심 전체가 빙판길로 변했다. 미끄러지고 다치는 이웃들의 소식이 제법 들렸다. 얼핏 보기에는 내린 눈이 얼음으로 변한 '자연현상'이지만 이런저런 피해가 있다면 그 피해가 크든 작든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망자가 여럿 발생하고,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야만 천재지변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구시는 과연 이번 빙판길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제대로 인식했을까? 모든 천재지변에 대처하는 공통된 핵심은 빠른 대처다. 그래야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눈이 내린 이후 도심 주요 도로에 대해서는 제설 작업을 했지만 골목길에는 미처 관심을 쏟지 못했다. 물론 골목길에 쌓인 눈은 주민들이 치워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폭설의 규모와 한파의 강도를 보면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도구와 인력을 갖춘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를 인식하고 대구시가 대대적인 골목길 긴급 제빙 작업을 시작한 것이 이달 10일이었다. 늦었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치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한 이후였다.
다행히 날씨가 조금 풀리면서 자연스레 녹는 빙판도 생겨나고, 제설'제빙 작업에도 힘이 실린다. 하지만 분명 안타까움은 남고, 교훈도 함께 남는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폭설'폭우'폭염'한파 등이 수시로 찾아오고 한반도와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봄의 초입 3월의 기습 폭설이나 여름 장마철 기습 폭우를 교훈 삼아 각 지자체가 지혜로운 대책을 미리 마련해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현진(대구 중구 대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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