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감정의 골'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예산이 많이 필요한 일부 공약에 대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財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시급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공약을 버리는 등 '옥석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
7선의 정몽준 의원은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대형 예산이 수반되는 각종 공약을 거론하면서 "공약 이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대형 예산 공약들에 대해서는 출구전략도 같이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사실상 여당에 대해서도 '입단속'을 주문하고 나섰다. 인수위에 대한 새누리당 일각의 각종 주문에 대해 '국민 혼선' 가능성을 거론하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17일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 수정론이 거론되는 데 대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인수위의 인수 작업도 끝나지 않았고,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에 대해 '지키지 말아라', '폐기하라',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케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자청 기자회견은 작심하고 여권 내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새누리당에 대한 메시지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부에선 인수위의 '철통보안'과 '불통'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각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 정부 국정과제'정책의 조정을 진행 중이고, 이를 실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나왔지만 대부분 당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여당을 배제한 채 인수위가 독단으로 일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주도로 국회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 경우도 인수위 발표를 보고 파악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과 인수위 간 예비 당정회의가 곧 가동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황우여 당 대표는 17일 전주에서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준비가 되는 대로 예비 당정회의를 가동하겠다. 인수위 발족 이후 당과 인수위 실무진들이 물밑 접촉을 해 왔으나 이번에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된 문제도 있고 해서 앞으로 예비 당정회의를 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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