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석역 어때요." 얼마 전 또래 지인들과 가진 모임에서 '김광석'이 화제가 됐다. 지난 2010년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을 기리고 추억하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생겨나 시민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김광석길 130m는 고인을 추모하는 벽화와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등 그가 남긴 히트곡들의 주옥같은 노랫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길 모퉁이 오디오에서는 고인의 노래가 항상 흘러나오고, 입구에는 기타 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김광석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김광석길을 다녀온 어느 지인은 이날 모임에서 "방천시장과 가까운 3호선(2014년 6월 개통 예정) 대봉교 정거장 이름을 김광석역으로 짓는 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내 놨다. 김광석길을 김광석거리로 넓히고 3호선 및 중구 근대골목과 연계하면 대구 도심을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팔공산 홍옥(사과나무)은 대구의 소중한 자랑입니다." 팔공산 자락 대구 동구 평광동 과수원길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 83년의 이 사과나무에서는 아직도 매년 150~200㎏의 홍옥이 열린다.
지난해 가을, 점심을 함께한 마케팅 전문가는 대구의 가장 인상적인 아이콘으로 팔공산 홍옥나무를 꼽았다.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온 지 3년째를 맞는 그는 83년생 홍옥나무에서 직접 딴 사과를 서울 지인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대구 사과,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라는데 벅차했지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에 감격하더군요." 그는 "국내 최고(最古) 사과가 지닌 가치가 정작 고향 대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야기, '스토리텔링'에는 힘이 있다. 스토리텔링은 평범한 장소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전설, 민담 속 이야기, 또는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 허구적 사실 등을 덧입혀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로 거듭나게 하는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다.
서서히 입소문을 탄 방천시장 김광석길에는 주말마다 단체관광객이 몰릴 정도고, 특히 젊은 방문객들이 예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를 볼 수 있는 평광사과길 역시 팔공산 올레길의 명물로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된 중구 근대골목 또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광석길, 평광사과길, 근대골목이 보여주듯 대구에는 이야기 공간이 많다. 손만 뻗으면 만날 수 있는 대구 사람들의 기억 속에, 너무 가까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자연,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한 도심 구석구석에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이야기가 널려 있다.
아쉬운 현실은 대구시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가려내고,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1세기가 문화의 시대, 감성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단지를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 급급하다.
반면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흥미로운 시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부산시가 '부산 스토리텔링 세계화'를 선언하고, 2016년까지 5년간 스토리텔링 활성화 기반 조성, 스토리가 있는 문화관광상품 개발, 스토리텔링 산업화 지원, 스토리텔링 홍보마케팅 강화 등 4개 분야 27개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 다른 전국 지자체 역시 지역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토리텔링에 힘쓰고 있다.
이제 대구에서도 지역의 스토리를 찾아내고 시민들에게 퍼뜨려 도시 전체에 흐르도록 하는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와 감성의 시대, 시민들의 꿈과 소망을 담으면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대구만의 스토리텔링 공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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