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인도 출신의 우니 나야(Unni Nayar) 대령의 딸 파바시 모한 씨가 아버지 기념비를 관리, 보전해 달라며 미화 1천달러 우편 채권을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 앞으로 보낸 사연(1월 4일 자 4면 보도)이 소개된 뒤 시민의 성금이 잇달아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24일 "매일신문에 사연이 알려진 뒤 '대구에 이런 의미 있는 기념비가 있는지 몰랐다'며 기념비를 관리하는 데 써달라며 십시일반 보내주신 성금이 500만원을 넘어섰다"며 "수성구민뿐 아니라 달서구 등 다른 지역 주민도 있어 더욱 의미 있다"고 밝혔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부창엔지니어링 신경우 대표 100만원을 비롯한 허태정(수성구 범어2동)'이창우(달서구 용산동) 씨 각 50만원, 성창경(수성구 범물동) 씨 20만원, 수입자동차 포르쉐 대리점 200만원 등 성금이 답지했다.
수성구청은 '이들 성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심 끝에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의 뜻을 살리기 위해 나야 대령 기념비 안내판 정비 및 나야 대령 스토리 북 제작 등 '파바시 모한 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구청은 우선 성금 중 100만원을 기념비 안내판 정비에 사용하면서 성금 내용을 안내판에 기록하기로 했다.
인도 푸네시-수성구 우호교류를 위한 스토리 북 제작에도 성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올 3월 예정된 수성구와 나야 대령의 고향인 인도 푸네시와의 정식 자매결연을 계기로 나야 대령 기념비를 보훈의 산 교육장 및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것. 또 스토리 북을 인도-수성구 학생 교류 시 문화해설사 홍보 교육 자료 및 수성구 문화관광 투어 자료로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시민들이 이렇게 성금까지 보내주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한 분 두 분의 성금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뜻을 소중히 받들기 위해 관리비로는 물론 인도와 대구 교류의 밀알이 될 수 있는 일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야 대령은 6'25때 국제연합한국위원단 인도 대표로 한국에 왔다가 1950년 8월 12일 경북 칠곡군 왜관 근처 낙동강전투에서 지뢰 폭발로 숨졌고,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일골(현재 KBS대구방송총국 남쪽 야산)에서 화장된 뒤 이곳에 기념비가 건립됐다. 미망인 비말라 나야 씨는 짧은 3년 동안의 신혼생활을 끝으로 이국땅에서 순직한 남편을 떠나보낸 뒤 51년간의 순애보를 간직하다 2011년 9월 숨지면서 '남편 옆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지난해 8월 24일 나야 대령과 미망인 비말라 나야 씨의 영현 안장식이 거행되면서 마침내 남편 곁으로 오게 됐다. 수성구청은 영현 안장식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국비와 구비 등 1천300만원을 들여 헌화대 설치 등 나야 대령 기념비 정비 공사를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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