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임진년 징비록

음력으로 따지면 임진년(壬辰年)은 아직도 아흐레나 남았다. 임진년 세밑에 다시금 '징비록'(懲毖錄)을 떠올리는 것은 420년 전 발발한 임진왜란 후 7번째 돌아온 임진년을 보내는 세월의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 확립, 박근혜 대통령 당선, 미국의 오바마 2기 정부 출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시대 개막, 일본의 유례없는 아베 극우 정권 탄생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또한 임진년에 이루어진 것이 수상쩍다.

그래서 징비록을 새삼 들먹이는 것이리라.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이 몸소 겪은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이다. 이름 그대로 전란을 되돌아보며 후세에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양력으로 지난해 6월 안동에서 열린 임진란 7주갑 기념 문화학술대제전도 420년 전의 전쟁을 기억하고 공존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안동과 대구에서 창작 오페라 '아! 징비록' 공연도 이루어졌는데, 이 작품이 제5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이 또한 망각증이 심한 국민에 대한 징비(懲毖)인가. '아! 징비록'은 류성룡과 이순신,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현소 등 임란 당시의 혼란한 국내외 사정 속에서 조선과 왜군의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미증유의 대전란 속에서 류성룡의 고뇌에 찬 삶을 통해 오늘 격동의 동북아 정세에 우리 겨레가 슬기롭게 대처할 것을 웅변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서울의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고 있는 '420년을 넘어 다시 보는 임진왜란'이란 주제의 특별기획전 또한 그럴 것이다.

임진년을 보내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일은 '왜란-소설 징비록'의 발간이다. 10여 년간 숱한 국내외 자료를 살피고 격전의 현장을 수십 차례나 답사하며 쓴 이 소설은 임진왜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쳤다.

전란의 한복판에서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류성룡의 '징비록'을 토대로 쓴 이 소설은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하되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틈새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웠다.

'왜란-소설 징비록'을 펼쳐 읽으며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전쟁'의 실상을 확인하는 것도 보내는 임진년에 대한 마지막 애정의 표시일 듯하다. 그것은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을 맞이하는 준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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