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조선 프린스/ 이준호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프린스'라는 단어는 일단 듣기에 화려하다. TV속을 종횡무진하는 부잣집 왕자님을 연기하는 배우의 이미지도 함께 겹쳐진다. 하지만 정말 조선의 왕자들은 화려한 삶을 살았을까? 우리는 흔히 '왕자'라는 단어가 풍기는 화려한 이미지에 갇혀 조선 왕자들의 운명이 지닌 무게를 가늠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구름 위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며 동경과 선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봤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정말 화려했을까. 폐위되기 전에는 수많은 이들의 아첨을 받으면서도 절대 권력인 아버지와 적장자가 되지 못한 형제들의 견제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폐위되고 나서는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지 못해 불운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이 책은 흔히 부귀영화, 명예, 권력을 모두 지녔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조선 왕실의 제2권력, 세자들의 실제 삶은 어떠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흔들렸는지 등을 깊이있게 들여다봤다. 조선왕조의 경우 일찌감치 왕세자로 책봉된 왕자가 단명으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유난히 많았다. 여기에는 어려서부터 강요받았던 고달픈 생활이 끼친 영향도 분명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는 적서차별, 적장자 계승원칙에 따라 왕권이 이어지는 시대였지만 조선의 500년간 왕위를 계승한 스물일곱 명의 임금 가운데 적장자로서 임금이 된 왕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 등 일곱 명뿐이다. 세자로 책봉되고도 부왕보다 먼저 죽거나 폐세자가 된 여덟 명을 감안하더라도 적장자가 왕위를 계승하라는 원칙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는 조선이 표방했던 적장자 계승원칙이 공공연히 지켜지지 못했으며, 그 자리를 둘러싼 권력쟁탈로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148쪽, 1만3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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