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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나온 '전환의 도시, 대구' 번역서 출간

40년 전 자부심·역동성 넘쳤던 '대구스타일' 되살리자

1971년 4월 24일 대구시의 남북을 잇는 대구역 지하차도 개통식 직후 운집한 시민들이 지하차도로 향하고 있다. 매일신문DB.
1971년 4월 24일 대구시의 남북을 잇는 대구역 지하차도 개통식 직후 운집한 시민들이 지하차도로 향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정체된 도시, 인구 유동성이 가장 적은 도시, 무뚝뚝한 도시, 보수성이 강한 도시. 대구는 이런 이미지로 외부에 더 알려져 있다. 시민들의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 대구가 40년 전에는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의 팽창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는 책 '전환의 도시, 대구'가 출간됐다. 이 책은 40년 전 대구가 갖고 있던 역동성 속에는 대구스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구의 특징이 있으며, 거기에는 대구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 부산과의 경쟁심리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이런 대구스타일을 더 발달시키는 것은 대구시의 변화에 의미 있는 역동성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정확하게는 40년 전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과정을 연구하고 국제기구 등에 자문하는 민간단체인 국제개발학회(SID. Societ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주도가 돼, 국내외 학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1960년대 후반 대구 연구 프로젝트 결과물로, 'A City in Transition-Urbanization in Taegu Korea'라는 이름이 붙은 영문보고서의 번역본이다. 이 영문보고서는 영남대 김태일 교수가 발굴해내고, 김범일 대구시장이 '양적 팽창이 진행되던 40년 전과 질적 성장을 꾀하는 지금의 대구를 자세히 비교해 볼 수 있고, 대구학 연구의 토대로 삼기에 좋은 자료'라는 판단 아래 이 보고서의 번역 출간을 위한 예산 지원을 결정함으로써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의 번역은 2011년 발족한 대구경북학회(회장 김영화 경북대 교수)가 맡았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대구가 100만 명이 사는데도 마치 1만 명이 사는 도시처럼 사회적 구조에서 낮은 수준의 소집단과 조직들이 결집한 도시, 중간조직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시,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극도로 높다"며 "대구가 더욱 독립적이어야 하고 미래를 위한 의사 결정에 대구가 더욱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율성이 부족한 도시 대구가 자체 역량을 기르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중앙과 다른 지역에 종속될 수 있는 전환기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마치 40년 뒤 전국 어느 도시보다 서울 지향적이고 중앙 의존적이 돼 버린 대구의 오늘을 예견한 듯한 내용이어서 시선을 끈다.

이 책의 번역과 출간 작업을 총괄한 김영화 교수는 "당시 연구자들이 염려한 대로 대구는 전환기였던 40년 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입지를 강화시킨 것이 아니라 중앙에 더욱 종속되는 길을 걸었고 특히 교육은 더욱 중앙 중심적인 경쟁 체제로 강화된 탓에 젊은이들이 떠나고 싶은 대구가 돼 버렸다"며 "이 책은 대구가 새롭게 전환의 도시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보고서의 대표 저자는 서울대 이만갑 교수와 허버트 R. 베린저 미국 하와이대 교수였고, 이들 외에도 한국과 미국, 캐나다 출신의 15명의 저명학자가 참여했다.

한편 대구경북학회는 20일 오후 6시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세미나실에서 이 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연다. 학회는 또한 이 보고서가 다루지 않고 있는 7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대구사회 각 분야의 변화 과정에 대한 연구자료도 정리해 올해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이 책은 비매품으로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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