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민주화 맞춰…기업 사회공헌 활동 늘었다

"경쟁자와 상생발전이 더 큰 이익" 기업 운영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

사회 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사회 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활동을 늘리는 한편 소비자의 입장에서 봉사정신을 키우는데 열 올리는 추세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경제 민주화에 대처하려고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사회 공헌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재래시장과의 상생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전통시장의 역사를 홍보하고 현장 투어 등 재래시장 각자에게 맞는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소비자 구매 의욕을 실질적으로 높이자는 취지이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더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생의 관계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구경북을 시범지역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지역 전통시장 관계자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 구도는 더는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없다. 파이를 넓혀 경쟁자들과 상생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 연휴 직전에는 서울 신당동 종합사회복지관에 한화그룹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얼굴을 내밀었다. 지역 홀몸노인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화그룹은 올 들어서만 그룹 차원에서 4차례 봉사 활동을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비정규직 2천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했다.

SK그룹은 최근 집단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를 6개 위원회 중 하나로 신설했다. 애초 윤리위원회 산하의 소위원회로 둘 예정이었다가 막판에 독립 위원회로 승격시켰다. 이는 중소 협력사 지원 같은 사회 공헌 분야가 그룹 내에서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 강화는 수출'내수 등 기업군을 가리지 않는다.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대표 직속 조직으로 사회 공헌팀을 확대 개편 중이다. 계열사 사회 공헌 조직을 CEO가 직접 챙기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CEO 직속으로 신성장 사업부나 글로벌 투자부서를 두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도 사회 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춘 국외 지사를 이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설립했다. 국외 지사가 물건을 파는 것보다 현지 주민들을 돕는 일을 먼저 하겠다고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낙후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자립형 농촌마을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기업들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사고방식이 기존과 크게 바뀌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익을 많이 남기고 달러를 버는 것만큼이나 사회적 책임 완수가 경영 현안으로 대두한 것을 말한다.

특히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은 비즈니스 일부로 인식되며 기업 운영의 핵심 경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이 같은 경향은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해 성공을 거뒀다.

영국의 경우 사회적 기업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 불황 국면 속에서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영국 내무장관은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제3 섹터'의 동력을 활용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선언한 뒤 적극적인 사회적 기업 양성 작업을 벌였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경제 위기 국면에서('전통적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격변기에 사회적 기업들이 '지속가능 발전'으로 가는 해법으로 사회 공헌적 사업 운영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는 또 수년 전부터 사회적기업을 영국 경제에서 더욱 강력하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비전을 잇달아 내놓았다. 2006년 12개 중앙 정부기관이 다 같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액션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2008년에는 11월 20일을 '사회적기업의 날'로 지정했다. 경제와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구실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날이다.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사회적기업은 영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기업의 새로운 지평을 서서히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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