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후기] 상처투성이 손, 영광의 훈장 여겨

40년 세월이 흘렀지만 '기술'에 대한 열정과 '기술자'에 대한 자부심은 같은 마음이었다. 대학 진학과 대기업 취업에 목말라하는 젊은 세대를 보는 시각도 같았다. 이들에게 기술은 삶의 목표다.

권숙광 명장은 왼손 손가락 한 마디가 없다. 그는 "40년 넘게 기술자로 살면서 몸 어디 하나 다치지 않았다면 진정한 기술자라 말할 수 없다"며 "나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다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신의 손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권 명장은 기술자로서 기술을 연마하고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희생을 당연시했다. 이반석 군 역시 권 명장에 뒤지지 않는 자부심을 가졌다.

"대학생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이 군은 자신감을 갖고 기술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다음 달 군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제대 이후에도 경창산업에서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누군가 '기술을 가진 이는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도 대학 진학을 중시하고 고액의 월급을 받는 전문직종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려 안달이 나 있다.

기술 강국이 선진국이라는 말이 있지만 '기술'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권 명장과 이 군의 대화를 지켜보던 경창산업 차달준 전무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으로 기술자를 키워내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자는 부족하다"며 "우리 회사에 명장이 있듯이 세계적인 기술자가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세상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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