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정 과제가 공표되었다. 지역발전 과제는 21개 전략 중 하나로 채택되어 이명박 정부에 비해 외견상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1월 9일 자 본 칼럼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지역 간 균형발전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의 인구 및 경제력 집중 현상은 여전한데, 이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관점이 빠져 있다.
일부 인사들은 지방은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면 된다는 식의 한가한 담론을 펼치고 있다. 신산업 육성이니 혁신, 글로벌화는 지방이 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또한 각 지역 신문들에 실리는 지역 인사들의 글은 대부분 재정 분권만 강조한다. 극단적 재정 분권은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 간의 격차를 확대할 게 뻔한데도 합리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역 정책은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이 최상위 목표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이를 정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지역 정책은 정체성을 상실한 정책이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와 앞서 언급한 논자들의 견해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역 문제를 특정 지역 내부의 문제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좀체 완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지역 정책 무용론으로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 지역 정책이 없었을 경우 집중이 더욱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OECD도 최근 지역 정책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발표하였다. 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역 간 격차는 30개 회원국 중 4위권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 간 격차가 가장 심한 부문은 혁신 역량이다. 특히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지방 대도시들의 혁신 역량은 참담하다. 두 번째는 글로벌화 역량이다. 인구 5천만의 나라에서 글로벌 교류 창구는 사실상 인천공항 하나이다. 새 정부의 지역발전 과제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지방 대도시들의 중추기능 강화인데, 혁신 역량과 글로벌화 역량의 강화 없이는 요원한 이야기다. 도시 경쟁력의 원천인 지식 창출과 문화적 다양성의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산업도시는 산업 경쟁력 강화에, 중소도시는 정주 거점 기능 강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지방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불가능하다. 일자리 창출 방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야 일자리와 세금을 동시에 늘릴 수 있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만 늘려서는 조만간 재원이 바닥난다. 이익과 고용 창출의 원천은 혁신과 경쟁력이다. 이를 지레 포기하자는 것은 지역발전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지방재정 조정 통계를 분석해보면 낙후 지역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원이 배분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 재원들은 대부분 보건, 환경, 복지 등 주민의 기초 수요 충족에 쓰인다. 그 반면 연구개발이나 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되는 재정은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도권에 투입되는 예산은 대부분 국가사업 예산에 속하여 마치 성역처럼 다루어진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국가 예산을 낙후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배분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것이 지역 간 균형발전과 국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국가사업과 지역사업을 모두 아우른 전체 예산의 지역 간 배분 구조에 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사업 예산 즉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예산의 지역 간 배분 구조만을 보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 정부 국정 과제를 보면 '지역발전위원회의 사업 조정 기능 강화'가 들어 있다. 대선 공약집에는 '지역발전위원회 강화, 지역발전위와 광역발전위의 권한'조직 개편'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한 발 후퇴한 느낌이 든다.
조만간 제2차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동 계획이 명실 공히 지역 간 균형발전과 지역별 내생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역발전위원회가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갖고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장재홍/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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