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흡연 "섹시·당당함의 코드" "건강 해악은 어쩌고"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옛날엔 '담배 피우는 여자' 쑥덕…20대 여성 4명 중 1명 흡연

직장생활을 하는 두 여성이 휴식시간에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운철 기자
직장생활을 하는 두 여성이 휴식시간에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운철 기자

'섹시한 여성이 내뿜는 담배연기는 우아한가?'

젊은 여성들의 흡연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이 밀집한 대구 중구 반월당 큰 빌딩들의 후미진 골목에는 삼삼오오 모인 여성들이 맛있게(?) 담배를 피운다. 흡연이 가능한 일부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은 잘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로 붐빈다.

남녀평등시대를 넘어, 여성상위시대에 살고 있는 2013년에도 중노년층에서는 이들 흡연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시대가 그런걸. 반면 젊은 남성들은 약간 생각이 다르다. 대체적인 시각은 이렇다. '여성 흡연 괜찮다. 하지만 내 아내나 여자친구라면 좀 그렇죠?' 이율배반적이다.

하지만 가임기 여성들의 지나친 흡연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 대체로 미혼의 여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기 때문에 이는 2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여성들의 21세기 흡연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여자라서 왜? 기호식품 아닙니까?'

지난해부터 담배를 배워, 하루 10개비 정도의 담배를 피우는 이현지(가명'28'회사원) 씨는 남성들이 '담배 피우는 여자'라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곧바로 한마디 한다. "왜요? 담배 피우는데 남녀 구별이 필요한가요? 기호식품 아닌가요? 제가 알아서 끊든지 말든지 하면 되지요."

10년차 흡연자인 직장인 김희주(가명'37) 씨는 회사 내에 흡연이 허락된 공간에서 남성 선'후배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눈다. 자연스런 하루 일과의 한 부분이 되었다.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남성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초창기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지만 이제는 다 익숙해졌다. 시대의 변화도 한몫했다. 김 씨는 "많이 피우지는 않죠. 하루 2, 3번 정도 흡연 공간을 찾는데 직장 내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흡연 예찬론을 폈다.

대구시내 중심가에는 젊은 여성들의 흡연 천국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월당 인근 한 레스토랑 2층에는 손님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1층은 금연석이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대부분 2층으로 향한다. 이 때문에 남성들은 2층에 가면 젊고 섹시한(?)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레스토랑은 2층 콘셉트를 아예 20, 30대 흡연 여성을 위한 편안한 식사 및 커피타임 공간으로 잡았다. 그래서 이들은 1만원 안팎의 식사비만 지불하면 식사와 커피 그리고 흡연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내의 CGV 영화관 흡연 휴게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여성 2, 3명이 와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오히려 남녀 비율이 비슷해진 추세다.

◆대한민국의 현주소, 여성 흡연 급상승

흡연에 관한, 아이러니한 성(性)의 반전이다. 남성 흡연자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여성 흡연자들은 늘고 있다. 그것도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이 그렇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 역시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데 여성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여성의 흡연이 늘면서 폐암환자가 급증해 이로 인한 사망자가 유럽에서는 이미 유방암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라면 태아 건강에 치명적 위협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함에도 말이다.

한국산부인과의사회는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연구진이 유럽연합국 중 프랑스'독일'영국 등 6개국의 여성 암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1만2천 명인 데 반해 폐암으로 사망한 여성이 연평균 1만6천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여성 흡연이 급증하면서 폐암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여성 흡연도 이와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인 여성 7명 중 1명꼴로 담배를 피우고, 20대 여성은 4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 흡연은 폐암 위험뿐만 아니라 아기에게도 나쁜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젊은 여성의 흡연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 금연을 하면 사산율이 11% 감소하고, 신생아 사망률은 5% 감소한다. 특히 임신 초기 첫 3개월간의 흡연은 선천성 심장병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 발육 지연과 조산 위험, 뇌성마비, 정신박약, 학습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이사는 "젊은 여성들은 흡연이 암이나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해도 당장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며 "흡연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담배는 하루라도 덜 피우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