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근친연애·내연관계… 니체의 은밀한 고백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니체 자서전-나의 여동생과 나 /니체 지음'김성균 옮김/도서출판 까만양 펴냄

이 책을 영역한 오스카 레비는 "지상에서 가장 영예로우면서도 가장 절망적인 인생들 중 하나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고서"라고 했다. 니체의 저서들 중 가장 문제작으로 평가되는 이 책은 에스파니어판(1956, 1980, 1996년), 일본어판(1956년), 포르투갈어판(1990년), 히브리어판(2006년), 중국어판(2009년), 독일어판(1993년)으로 번역되어 출판됐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니체에겐 두 자서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이다. 또 다른 자서전은 니체가 살아있는 동안 출판되지 못했던 첫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이다. 이 원고는 니체의 광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제부 푀르스터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1889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길거리에서 채찍질당하는 늙은 말의 목을 끌어안고 오열하다 혼절한 후 예나의 정신병원에 감금되다시피 입원해있던 니체는 자신의 첫 자서전의 출판이 보류됐다는 사실을 알고 낙담했다.

니체는 곁에서 자신을 감시하던 어머니와 여동생 몰래 두 번째 자서전을 집필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이 두 번째 자서전 역시 육필 원고가 행방불명되는 안타까운 사태를 겪었고, 1951년 미국의 '보어스 헤드 북스'라는 출판사를 통해 그나마 영어판으로 겨우 출판됐다.

1927년, 영국의 오스카 레비로부터 이 책의 독일본 원고와 영어본 원고를 우송 받은 미국의 출판 편집자 새뮤얼 로스는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트가 제기할 수 있었던 명예훼손 소송을 피하기 위해 24년의 세월을 더 기다렸다가 세상에 알렸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환영과 찬사를 받았지만 더 많은 의혹과 비난에 휩싸였다. 니체의 놀라운 고백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니체와 여동생의 근친연애, 소문만 무성했던 니체와 코지마 바그너 또는 루 살로메의 내밀한 관계, 매독에 걸린 사연, 내밀한 성욕과 성적 환상들과 체험들 등은 니체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니체 추종자들의 의혹과 비난을 더욱 부추겼다. 당시 대표적인 니체 학자 월터 카우프만은 이 책을 아예 '위작'으로 규정했다. 이런 탓에 이 책은 니체의 정식 저작으로 공인되지 못하는 비운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후 수년간 이 책을 연구한 미국의 언어학자 월터 스튜어트는 "이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니체만이 쓸 수 있는 니체의 자서전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는다. 이 책은 ▷제1장 나의 인생에 처음부터 개입한 여동생 ▷제2장 나의 신, 루 살로메 ▷제3장 황폐한 자궁, 문화와 법, 국가 등 총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440쪽, 2만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직전 조사 대비 1% 하락했으며, 부정 평가는 36%로 2% 증가했다. 긍정적...
금과 은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수익률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물시장 공급 부족으로 급등하며, 국내 'KODEX 은선물 ET...
방송인 박나래와 관련된 '주사이모'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확산되며,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직접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입짧은햇님은 '주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