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명칼럼] 전운 녹일 박근혜의 힘

누가 뭐래도 내 식대로 밀고 가는 '박근혜 스타일' 인사로 낙점된 정부 각료 가운데 무려 12명이나 각종 도덕적 결함을 지닌 걸로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지금까지 '백일 성적표'는 초라하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낮은 41% 지지율로 거의 자발적 백일 벌주를 마시는 분위기이다.

내치가 실종된 마당에 북한은 연일 핵 위협과 전쟁 엄포를 가하고 있다. 통신선 차단과 서울'워싱턴 불바다론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전시 상태 돌입을 선언했다. 핵심은 3차 핵실험을 한 북한이 미국에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외신들은 연일 한반도를 전쟁 상태(state of war)로 보도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북핵 위협까지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내우외환이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전 국민의 춘래불사춘이다.

이번 북한의 핵전쟁 엄포는 과거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뒤섞여 있다. 북한은 전면전을 하자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과장된 정치적'외교적 수사일 뿐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 문제 전문가 맥스 피셔는 "김정은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지만, 북한 의도를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는 개성공단인데,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으면 북한이 전쟁을 개시할 계획이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대구 서도산업의 한재권 사장도 "개성공단은 평온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제 북한은 존엄 모독 시 개성공단도 가차없이 폐쇄할 것이라고 해 전운을 더했다.

북한이 일으킬 수 있는 도발은 전면전 국지전 우발전 특수전 등을 포함해서 23가지나 된다.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지전보다 더 위험하고, 예측 불허인 것은 우발전이다. 북한이 '1호 전시 태세'를 가동 중인 초긴장 상태에서 양측 누구라도 방아쇠를 실수로 당기거나 버튼을 눌렀을 경우 결과는 걷잡을 수 없다.

북한이 비대칭 전력으로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우려는 농후하다. 북한은 우리가 갖지 못한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제외하고도 특수부대, 장사정포, 잠수함정, 무인 자폭기, 생화학부대 등에서 대한민국을 능가하는 비대칭 전력을 갖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는 우리의 10배에 이르는 20만 명이나 된다. 지난 1996년 북한 특수부대원 약 20명이 잠수함으로 강릉에 침투했을 때 우리나라는 예비군 포함 약 10만 명이 두 달 이상 작전을 펴서 겨우 공비들을 소탕했을 정도이다. 추가 핵실험도 우려된다. 그러나 추가 핵실험 시 핵보유국이라는 메시지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높지만 전쟁이 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비켜갈 전략과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실 핵으로 살아남으려는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주변 강대국들은 남북한 균형 상태가 북핵으로 깨져서 주변에 핵 보유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까 우려한다. 북핵을 인정하게 되면, 남한의 핵 보유 목소리가 높아지고, 일본까지 핵을 갖겠다고 나설 것은 뻔하다. 이는 미'일 신안보조약과 한미동맹에 기반하는 미국의 동북아 안보망을 흩트리는 결과로 직결될 수 있어서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북핵이 껄끄럽기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첫 외국 순방으로 러시아-아프리카에 다녀왔다. 국내 중국통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이 우발적이거나 모험적인 도발을 하는 것도, 북한 체제가 흔들려서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의 균형을 G2인 미국과 중국이 다 바라고 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 야당, 언론과 맺지 못한 허니문을 시진핑 주석과 친서를 주고받으며 즐기고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받아 전쟁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변화시키는 창조적 국방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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