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편의'를 봐주지 않는 '편의점'

우리가 길을 가다 많이 볼 수 있는 가게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언뜻 생각나는 것이 치킨집, 피자집, 중국집과 같은 배달 전문 음식점이다. 최근에는 유행처럼 커피 전문점과 파스타 전문점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중심으로 점포를 확대한 커피 전문점은 '커피 전쟁'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치열한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편의점'이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편의를 위해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24시간 영업 편의점을 우리는 골목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2만 3천687개의 편의점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이는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처럼 전국에 1천 개 이상의 점포를 두고 있는 주요 4개 업체의 편의점만 집계한 것으로, 유명 브랜드가 아닌 편의점까지 더하면 3만여 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 해 늘어난 편의점 수만 해도 4천여 개라고 하니 하루에 10개 이상의 신규 편의점이 생기는 것이다. 편의점은 초기 투자 비용이 커피 전문점이나 외식 프랜차이즈보다 적게 들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어 너도나도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의점이 급증하니 좁은 지역에 수십 개씩 난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편의점들이 난립하다 보니 매출이 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편의점 매출은 해마다 줄어 4개 중 1개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이 되지 않고, 10개 중 1개는 문을 닫았거나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사실상 문 닫을 위기를 맞고 있는 '부실 편의점'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본사와의 부당한 계약은 점주들을 더욱 고달프게 한다. 지난 1월, 젊은 편의점주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했다. 월 600만 원 수입을 보장한다는 본사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실제로는 마이너스였다. 야간에는 장사가 되지 않았지만, 24시간 운영이 계약상 강제 내용이라 인건비를 줄이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5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현금 매출을 본사로 보내는 '일매출 송금제' 때문에 사채를 끌어 써서 메우는 바람에 매일 이자 독촉에 쫓기기도 했다. 하루하루 피가 말랐을 것이다. 문을 열수록 상황은 점점 나빠졌지만 5년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위약금 5천만 원과 창업 비용을 모두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31년의 짧은 생을 뒤로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이렇듯 편의점은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었지만, 4대 편의점 본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2천552억 원으로 오히려 2006년보다 4배가량 급증했다. 점주들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새 가게를 열 때마다 매출의 상당액을 로열티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맹점을 경쟁적으로 늘려가며 이익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한쪽은 초상집인데, 한쪽은 잔치를 벌이며 휘파람을 불고 있는 격이다. '소중한 점주님'은 계약 도장 찍을 때뿐이고 대기업의 욕심과 횡포, 부당한 계약으로 점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IMF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비정규직'이 점점 늘어나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창업'은 매력적인 유혹이자, 유일한 탈출구였다. 또 청년 실업 문제 대책으로 심심치 않게 제시되는 것이 바로 '창업 지원'이다. '창조' '미래' '희망'과 같은 번드르르한 말을 내세우면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누구는 퇴직금을 탈탈 털어, 누구는 은행 빚을 짜내서, 또 누구는 가족'친지에게 손을 벌려 '내 가게'를 차렸다. 나만 열심히 하면 눈치 보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장밋빛 희망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허위 과장 광고와 불공정한 계약으로 희망은 잿빛으로 변하고 만다. 어디 편의점뿐이겠는가. 이 순간에도 많은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겪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골목골목 파고든 대기업의 '인해전술'과 부당한 '갑을 관계'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고객의 '편의'만을 위하지 말고, 점주의 '편의'도 배려하는 편의점이 되길 바란다. 점주는 '호구'가 아니라 '동반자'여야 한다.

박석준/함께하는 대구 청년회 대표 adultbaby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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