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 100여m 주택가까지… 낯 두꺼운 성매매업소

1층 식당, 2·3층엔 학원 청소년 출입 잦은 곳

10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고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은 학원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성매매업소(원안)가 경찰에 적발됐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0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고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은 학원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성매매업소(원안)가 경찰에 적발됐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5층 상가건물. 1층은 식당이고 2, 3층은 학원이다. 100여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3~5명씩 무리지어 건물 앞을 지나고, 10여m 떨어진 아파트 입구에는 엄마 손을 잡은 초교생들이 노란색 학원차량에 올랐다.

달구벌대로에서 100여m 주택가로 들어가면 나오는 이 건물의 지하 1층은 최근까지 성매매 영업을 해오다 지난달 28일 경찰에 적발됐다. 출입자를 감시할 수 있는 폐쇄회로TV(CCTV)가 건물 입구 쪽 천장에 달려 있고, 철제문 2개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서 복도를 따라가면 9.9㎡ 남짓한 방이 4개가 나온다. 방마다 샤워시설과 간이침대가 있다. 이곳 업주 A(26) 씨는 남자종업원 1명, 성매매 여성 2명과 함께 손님 1명당 10만원씩을 받고 유사성행위를 해오다 적발됐다.

1층 식당 주인은 "식당을 오전 1시까지 하면서 지켜봤지만 간판이 없고 드나드는 사람도 드물어 지하창고로 쓰이는 줄로만 알았다"며 "같은 건물 2, 3층 학원 학생들이 오가는데도 성매매 영업을 했다는 것이 어이가 없고 놀랍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가 학교와 주택가 주변까지 파고들고 있다. 성매매 업소들은 간판을 달지 않고 지하공간을 빌려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경찰의 단속과 시민들의 눈을 피하고 있다.

대구인권여성센터에 따르면 대구의 학원'주택가 곳곳에서 성매매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가 2002년 첫 실태조사 때 안마시술소의 경우 47곳이 등록했는데 3차 조사 때인 2010년에는 34개로 줄었다. 이들은 업종 전환을 통해 휴게텔 등 다른 형태의 성매매업소로 바꾼 뒤 학원가나 주택가로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휴게텔, 키스방, 전화방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들은 미등록률이 60%가 넘는 것으로 조사돼 실제 집계되지 않는 성매매 업소는 센터가 2010년 조사한 354곳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가 원룸이나 미분양 아파트를 이용하는 성매매 영업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남부경찰서는 성매매 여성을 고용해 주택가 원룸 5곳을 빌린 뒤 성매매 영업을 한 업주와 성매매 여성 4명, 성 매수자 5명을 검거했다. 업주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유흥정보 관련 인터넷 카페에 광고를 올려 한 명당 10만~12만원을 받고 영업을 했다. 또 다른 업주는 남구의 한 미분양 아파트 6채를 임대해 가정집처럼 꾸미고 성매매 영업을 해오다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 업소는 단속을 피해 예약한 손님을 순서대로 시간을 배정해 받았다. 신원이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만 출입을 허락하고, 처음 손님 오는 사람은 누구한테서 소개받고 왔는지 따져 물어 확인된 사람만 받았다는 것.

이모(52'여'수성구 범어동) 씨는 "등잔 밑이 어둡다고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인데 감쪽같이 몰랐다.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곳까지 성매매 업소가 들어온 것을 혹여 아이들이 알까 봐 무섭다"며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경찰은 집중적으로 단속을 벌여 학교와 주택가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상담소 부소장은 "경찰의 단속에 앞서 행정 당국이 주기적으로 지도'감독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매매 영업은 지금의 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며 "지도'단속 권한이 있는 각 구청과 보건소가 상시적으로 감시활동을 벌여 성매매를 부추기는 영업행태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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