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기를 보내는 박근혜 정부가 좋지 않은 출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고 인사 검증을 소홀히 해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각과 참모진 구성을 마쳤으나 함량 미달로 평가받는 장관들이 여럿 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데만 급급할 뿐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초기 시점에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르면서 지도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자 시절, 마운드에 우뚝 선 최고의 투수 같았다. 여당이 흔들릴 때 구심점이 돼 안정시켰고 이끄는 선거마다 승리로 엮어냈듯이 상대와 대결할 때는 언제나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상대의 실수조차도 그의 존재감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소통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많은 난관을 극복했다. 그러나 자신만 잘하면 되는 선수 시절을 지나 팀을 종합적으로 잘 끌고 나가야 하는 감독이 되면 다른 능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에게도 감독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선 장점은 퇴색하고 약점이 두드러지는 데 그칠 뿐 국가 지도자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명한 자신의 '수첩'을 통해 고지식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준비한 것을 잘하려 노력하지만,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준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지만, 장관과 참모들조차 의미를 몰라 헷갈리는 '창조경제'란 용어도 창조적이지 않게 준비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면모는 불통 논란을 더 불거지게 했으며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해치고 있다. '대탕평 인사' '국가 지도자 연석회의' 등에 대한 약속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물 건너간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달라져야만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대다수의 바람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으면서도 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게 나오는 것은 잘해 주기를 바라는 뜻이 함께 녹아든 것으로 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박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책을 세부적으로 만들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후퇴한 측면이 있지만, 박 대통령은 신성장 동력 확보,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실천, 일자리 창출 등 공약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공약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이를 내치는 강단을 보였다.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라는 이미지에 흠집이 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박 대통령의 강점이다.
박 대통령에게 좀 더 필요한 것은 유연한 정치적 기술과 용인술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태도를 버리고 국회에 미리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근 당'정'청 회의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당의 지적에 귀 기울이고 야당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의제를 선점해 야당과도 정책적 지향점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정책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돼 있는 야당을 원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의식해야 하지만 극우 보수적 가치와는 선을 긋고 야당과도 손잡을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정치적 소통을 도와줄 정무수석의 역할이 중요하나 이정현 정무수석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정 기간 지켜보되 역량이 떨어지는 청와대 참모나 장관은 조기 교체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행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해답은 어렵지 않다. 초반의 실패를 거울삼아 소통을 충실히 하고 국정 운영에 민주적 분위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변화는 감동을 자아낼 수도 있다. 변화를 통해 국민이 감동하는 정치는 기대감을 살리고 화합을 이끌어내 자연스레 '대탕평'을 이루어낼 수 있다. 또 고스란히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작용, 현재의 위기를 너끈히 이겨낼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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