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역사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됐다. 2천 년 이상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초 자판기
세계 최초의 자판기는 기원전 215년에 등장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한 사원에 '주화를 넣으면 성수(聖水)가 나오는 장치'가 자동판매기의 원조다. 지렛대의 원리를 응용했다. 투입된 주화의 무게로 자판기 내부 그릇이 기운 뒤 경사가 원래로 돌아갈 때까지 밸브가 열려서 물이 나오는 구조였다. 1세기경에는 주화를 넣으면 정화수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그리스의 한 사원에도 설치되었다고 한다.
최초 상업용 자판기는 18세기 영국에서 나왔다. 담배 등을 판매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실용적인 상업용 자판기는 19세기 후반 뉴욕시 고가철도 플랫폼에 설치된 껌 자판기가 효시다.
미국 자판기 사업은 1920년대 중반까지 사탕을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담배 자판기가 등장하면서 현대식 자판기의 신기원이 열린다. 1930년대에는 청량음료를 파는 자판기도 나왔다. 1935년 표준 동전 투입식 코카콜라 자판기가 등장하면서 코카콜라는 미국 자판기의 대명사가 됐다.
미국에서 자판기가 대량 소비시대를 연 장비로 등장한 시기는 1940년대부터. 1940, 50년대 회사와 공장에 설치되었던 자판기는 1950년대 식당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사가 1961년 병음료 자판기, 1967년 캔음료 자판기를 도입하면서 대중화시켰다. 커피 자판기는 1947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었다.
자판기 대국 일본은 1904년 우표 자동판매기가 시초다. 하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우표 자동판매기는 현재 메이지무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원두커피 자판기는 1981년 일본에서 개발, 전 세계에 보급됐다.
자판기 역사는 동전의 발달과 관계가 있다. 자판기 대중화가 늦은 것은 1957년에야 100엔 동전이 나와서다. 일본에는 500여만 대의 자판기가 청량음료, 담배, 책, 신문 등을 팔고 있다. 24명당 1대꼴로 41명당 1대꼴인 미국보다 2배 가까이 널리 보급돼 있다.
◆우리나라 자판기
한국에 자판기가 들어온 것은 1977년. 롯데산업이 일본 샤프사로부터 커피 자판기 완제품을 수입해 지하철에 설치한 것이 자판기 보급의 시작이다. 이후 화장실용 일회용 휴지와 생리대 자판기, 스티커 자판기, 휴대폰 충전 자판기, 담배 자판기 등이 새로운 자판기 모델로 등장했다.
1980년대 들어 자판기는 전성시대를 구가한다. 단순한 커피 자판기에서 벗어나 캔, 병, 담배 등 자동판매기의 제품들이 보다 다양해진다. 1990년대 중반에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스티커 사진 자판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후반에는 인형 뽑기 자판기 열풍이 불었다.
2000년 초반에는 휴대폰이 일상화하면서 휴대폰 충전기가 퍼져 나갔으며, 카메라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는 이들을 바로 연결해서 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즉석인화기가 인기를 끌었다. 노래방이 유행하자 분위기를 돋울 수 있는 전자드럼 자판기와 물방울 자판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건강과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팩냉장기, 신발 살균'탈취기 등이 등장했으며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 신지 않고 뿌려서 입는 스프레이 스타킹 자판기도 나왔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일본 이상으로 자판기 종류가 다양하고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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