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에스파스 생태공원 사회적기업 인증 취소

사진설명. 대구 신천
사진설명. 대구 신천'금호강 둔치에 조성된 신천 에스파스 생태공원이 공원 관리 인력 철수로 방치되고 있다. 산책 나온 시민들은 "그동안 갖가지 화초와 수목이 어우러져 즐겨 찾곤 했는데 지금은 썰렁해 너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달 3일 대구 북구 산격동 무태교. 다리 아래 '신천 에스파스 생태공원'은 마른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공원 안 사마귀 조각상 근처의 화분에는 수생 식물이 말라 죽어 있었다. 맞은편에 자갈과 돌로 만든 장지뱀 모형은 잡초로 뒤덮여 장지뱀 모형인지 돌무더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침산교 방향 공원 출입구 한쪽에는 만들다가 만 장승과 장승 재료인 통나무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또 한쪽에 조성된 인공 습지는 흙탕물로 가득 차 있었다. 생태공원을 관리하는 임신영 대구 신천 에스파스 사업단장은 "원래는 수생식물들이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습지인데 수생식물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된 탓에 겨우내 죽어버렸고, 이 때문에 습지에 고여 있는 물까지 오염됐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경관과 도심 속에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신천 에스파스 생태공원이 폐허가 돼 방치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원을 관리하던 사회적 기업이 인증 취소가 되면서 관리 주체가 사라진 탓이 크지만, 대구시 등 관련 기관은 대책 마련에 뒷짐만 지고 있다.

신천 에스파스 생태공원은 2007년 2월 대구시와 대구 YMCA, 대구도시공사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대구 북구 산격동 침산교~무태교 동편 일대의 약 1만9천㎡의 신천'금호강 둔치에 조성한 생태공원이다. 생태공원 안에는 인공습지와 논, 밭, 연못 등의 생태공간과 정자와 쉼터 등의 편의시설을 만들어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쉽게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천 에스파스 생태공원을 관리해왔던 대구 신천 에스파스 사업단은 노숙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일없는 노인, 장애인들에게 공원 조성 및 관리를 맡기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구 신천 에스파스 사업단이 지난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을 당시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취소당하면서 더는 공원 관리 인력을 운영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결국, 공원을 관리하던 인력을 모두 내보내고 지금은 단장 혼자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임신영 단장은 "지난해 같았으면 대구수목원에서 생태공원에 필요한 식물들을 분양받아 한창 심고 있을 시기인데 혼자서 공원에 자란 잡초를 뽑고 식물들을 심고 다른 시설물들을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 신천 에스파스 사업단을 만들었던 대구 YMCA는 공원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인력과 비용 등의 문제로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애초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한 데다 공원으로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경민 대구 YMCA 사무총장은 "지금 공원 관리비용을 확보하는 데에도 애를 먹는 마당에 관리 인력에게 나갈 인건비 마련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 YMCA는 공원 관리를 위해 대구 신천 에스파스 사업단에서 활동하던 사람들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공원 관리 조직을 만들고 상시 관리 인력은 공공근로 인력을 지원받아 관리'정비할 수 있도록 대구시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구 YMCA와 대구시, 북구청 등 신천 에스파스 생태공원과 관련된 기관'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관리 방안 등을 같이 고민할 예정"이라며 "대구 YMCA가 요청한 공공근로 인력 지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지 검토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