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장기와 욱일기

일본의 국기를 나타내는 말은 여러 가지다. 공식적으로는 일장기(日章旗, 닛쇼키)지만 둥근 해를 표현하는 일본말 히노마루노하타(日の丸の旗), 이를 줄인 히로마루(日の丸)라고도 한다. 19세기 때 도쿠가와 막부가 일본 선박을 표시하려고 처음 사용한 뒤, 메이지 정권은 상선과 해군 함선의 깃발로 공식 채택했다. 그런데 메이지 정권이 일장기를 변형해 햇살이 퍼지는 선을 넣은 욱일기(旭日旗), 또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일본 제국 육군기와 해군 군함기로 사용하면서 이 두 깃발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처럼 됐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이 패망하면서 욱일기는 사용이 중단됐으나, 1952년 해상자위대가 다시 군기로 제정해 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최근 한 사립대 학생들이 욱일기를 바탕으로 나치식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넣어 만든 디자인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시끄러웠다. 욱일기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치식 경례와 겹치면서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다. 영국에 유학 중인 한 한국 여학생은 학교 매점과 공급 계약한 영국 초밥 회사 '라이징 선'(Rising Sun)의 로고가 욱일기 문양인 것을 보고 메일을 보내 욱일기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회사 대표가 로고 디자인을 바꾸겠다고 답변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다른 나라 국기를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이 욱일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에 침략당한 악몽이 있는 아시아 여러 국가 국민에게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는 독일 나치 정권의 상징이었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에 대해 유럽 국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은 패망 뒤 법으로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역사 인식을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애국심을 의심하거나,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그러나 과거는 흘러갔지만, 현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미 욱일기는 일본의 유명 신문사와 식품 회사가 로고로 사용한다. 스포츠 경기나 극우 성향 행사에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나, 최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도 그런 과거 때문이다. 지난 일에 매달려 과민 반응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 일본 정부가 왜 자국 응원단에게 욱일기 소지 자제를 권고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욱일기는 일장기와는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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