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선 평가 보고서 받아 든 민주당, 환골탈태하라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9일 대선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선이 끝난 지 넉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나와 늦은 감이 있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과 민주당의 문제점을 비교적 잘 짚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을 가감 없이 담아내면서 민주당의 활로를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계파 정치의 폐해에 눈을 감고 야권 후보 단일화에만 매달리는 안일한 판단으로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후보의 정치 역량과 결단력은 물론 단일화 과정에서 포용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와 관련, 한명숙'이해찬'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 등을 실명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이 평시에 활동하지 않는 '휴면 정당'이어서 민생에 소홀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보고서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환골탈태할 수 있는 토대로 바꿔 나가야 한다. 뼈아프게 느껴지겠지만, 고스란히 받아들여 체질 개선의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명 비판에 대해 친노계가 반발함으로써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명 비판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처방이어서 분란을 낳고 있으나 책임 정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 책임을 덮어 씌운다고 볼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부터 반성한다고 말하면서도 책임 공방과 계파 갈등을 벌이는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계파 청산 등을 외치기도 했지만 5'4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도 계파적 행보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생사의 기로에서 받아든 보고서를 놓고서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수권 정당의 꿈은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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