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朴 대통령, 北 대화거절 한나절 만에 유감 표명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실망? 대북 강경파 의식 제스처?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에 북한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대치에서 유화로 국면이 전환되던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대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14일 '거부' 입장을 밝히고 나섰고 청와대는 곧바로 '유감'을 표명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저녁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짤막하게 밝혔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주 수석은 이어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인들은 남북 간의 합의를 믿고 공단 운영에 참여한 것인데, 인원과 물자의 공단 출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함으로 인해 입주기업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이 사흘 만에 대답을 내놓은 데 반해 청와대가 한나절 만에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지속되는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 남북대화를 통한 국면 전환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개시를 내심 기대했던 박 대통령의 의지를 거부한 북한에 강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아닌 대남기구의 성명 발표에 대해 청와대가 곧바로 나서 유감을 표명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이날 청와대와 통일부는 조평통의 대화 제의 거부에 대해 "의도와 배경을 분석 중"이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가 이날 저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별다른 반응 없이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던 박 대통령이 보수세력과 이른바 '대북 강경파'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의식한 제스처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개성공단 통행 차단에 대한 북한의 조치를 비난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것 외에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북한을 비난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한 조평통이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보따리'를 내놓을 것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북한이 남북대화보다는 북미 간 양자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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