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탄탄한 수비로 기사회생 노린다

용병 부진…토종 선수에 기대

기업구단들이 판을 치는 국내 프로축구 무대에서 대구FC와 같은 시민구단이 살아남는 길은?

조금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수비에 중점을 두는 안정적인 축구를 하는 것이다.

대구FC는 2003년 시즌 출범 첫해부터 초대 사령탑이었던 박종환 감독의 지휘 아래 공격 성향의 축구를 선보였다. 이 같은 대구의 색깔은 이후에도 줄곧 이어져 왔고, 당연히 대구는 득점과 실점이 모두 많은 경기력을 드러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올 시즌 대구의 지휘봉을 잡은 당성증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팀의 실점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의 기존 축구 성향을 알고 있지만, 승강제가 실시되는 현재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축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구는 시즌 초반 당 감독의 의도대로 수비에 중점을 둔 후 역습을 노리는 전략이 먹혀들면서 힘찬 출발을 했다. 비록 울산과의 개막전과 전남과의 2라운드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승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3, 4라운드에서 실점 없이 비기며 안정된 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대구는 5~7라운드에서 급격히 허물어졌다. 팀의 시즌 첫 승이자, 당 감독의 데뷔 첫 승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을까. 대구는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맞서다 연속으로 1대3 패배를 당했고, 17일에는 전북 현대에 0대2로 졌다. 3경기에서 무려 8실점 하며 완패를 당한 것이다.

대구가 최대 3개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으려면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답은 당 감독이 선언한 초심에 있어 보인다. 대구의 전력은 사실상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파비오와 아드리아노는 기량과 근성 부족 등으로 국내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개막에 임박해 대구 유니폼을 입은 아사모아는 개인 기량이 뛰어나 눈에 띄지만, 전성기가 지난 선수라 더 이상의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대구는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발을 맞춘 토종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시즌 동안 팀의 주득점원으로 활약한 원톱 이진호와 좌우 측면의 조형익, 황일수 등이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만 승리를 챙길 수 있다. 신인 한승엽이 주전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하는 현재의 공격력으로는 다른 팀을 넘어서기가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수비 안정이 급선무다. 최근 대구의 실점 상황을 보면, 공격 가담 후 수비 복귀가 늦어지거나 패스 미스로 공을 가로채기 당하면서 상대 역습에 허물어진 경우가 많았다. 대구의 주전 수비수는 유경렬(35), 박종진(33), 이지남(29) 등으로 노련미를 갖췄지만, 체력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안상현과 송창호, 송한복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열심히 뛰지만, 개인기량에서 국내대표를 지낸 다른 팀의 미드필더들에게 밀리고 있다.

대구는 20일 오후 2시 예상 밖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FC서울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8라운드 원정경기를 갖는다. 아직 첫 승을 챙기지 못해 '동병상련'의 처지인 서울이 필승의 의지를 보이고 있어 대구는 골문 지키기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구는 꽉 막혀 있는 돌파구를 원정경기에서 찾는다면 단숨에 중위권으로 올라설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한편, 무패 행진하고 있는 선두 포항 스틸러스는 이날 오후 2시 안방인 포항스틸야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붙는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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