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은퇴일기] 조용필과 나이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를 들어보셨습니까. 경쾌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곡이지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원음차트에서 아이돌 가수를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노래 제목처럼 통통 튀는 그의 감각은 아이돌 가수의 곡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지요. 63세의 나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를 20대로 되돌려 놓은 듯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지요. 도대체 나이를 잊게 할 만큼 젊은 감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 중의 하나는 은퇴한 선배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배의 늙어버린 얼굴은 작은 충격이었지요. 햇볕 쏟아지는 거리에 서 있는 그 모습은 예전의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했지요. 선배의 모습에서 훗날의 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짐했지요. '은퇴하면 옛 직장 근처에 얼씬하지 않는다. 그리고 햇빛 쏟아지는 날에는 되도록 걷지 않는다.' 우습지요. 은퇴한 지금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조용필의 '바운스'를 들으면서 많이 부끄럽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뮤지션이라니….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열정이었습니다. 육십의 나이에도 음원차트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노래에 대한 식지 않은 뜨거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 곡을 들은 한 후배가수는 "24시간 노래만 생각한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곡" 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평론가는 "10년간 얼마나 많은 음악적 고민을 했는지 보여주는 단서"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열정이 나이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열정은 옛것만 고집하지 않고 파격과 혁신으로 나날이 새로워질 수 있는 에너지가 되나 봅니다. 나이 든 '티'가 나지 않는 이유겠지요.

은퇴한 이들이 갑작스럽게 늙어보이는 것은 열정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단정적일까요.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후줄근해졌다면 열정이 빠져나간 것일 테지요.

저도 거울을 한 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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