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개정 논의 시작된 정치관계법

돈은 묶고 입은 풀고…신인들 정치 도전 쉬워질 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규제 일변도였던 선거법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선거운동의 자유가 확대되며 선거비용 구조를 투명화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응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지율이 낮은 후보의 방송토론을 제한하는 이른바 '이정희 방지법'을 두고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8일 토론회를 거쳐 6월 국회에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권자 중심 선거

중앙선관위가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유권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상관없이 말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던 선거운동이 선거일을 제외하고 언제든지 오프라인에서도 허용된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진다. 음성이 녹음된 자동전화 걸기 방식이 아니라면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에서도 선거운동의 자유가 늘어났다. 선거 사무원만 이용할 수 있던 어깨띠'표찰 등을 일반 유권자도 할 수 있고, 누구나 자동차'집 등에 표시물을 달아도 된다. 선거와 관련없는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직접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 인쇄물을 배부하는 것도 허용된다. 선거운동을 위한 집회가 아니라면 반상회 등 선거와 무관한 모임이나 집회도 가능하다.

유권자의 알권리도 대폭 확대된다. 선관위가 가구마다 발송하는 후보자 정보자료에 선거공약 비교 자료가 포함된다. 현행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시, 가구 수의 10%에 해당하는 유권자에게 거리에서 선거공약서를 배부하던 것을 바꿨다. 모든 선거에서 선거공보와 선거공약서를 해당 가구에 발송하도록 한 것. 유권자는 누구나 후보자의 신상정보'경력 등에 관한 자료 공개를 요청할 수 있고, 선관위는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일반 유권자는 실내에서 후보자'예비후보자와 토론을 할 수 있고 언론과 단체가 주관한 대담'토론회도 선거운동 기간에 상관없이 가능해진다. 언론사 등이 정당'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평가한 뒤 서열화하는 것도 허용한다.

◆후보자 선거운동, 입은 풀고 돈은 묶고

정치신인의 등용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기간에 상관없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 예비후보자는 선거기간 전후를 불문하고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말'전화통화'인터넷 홈페이지'이메일'문자메시지)을 할 수 있지만, 선거기간 전에 직접 선거운동을 할 때에는 명함배부, 어깨띠나 표시물 착용 등으로 일부 제한한다.

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야간에 선거운동을 하는 등 국민에 불편을 주는 행위, 고비용 선거운동이나 선거질서를 훼손하는 행위, 금품 선거, 비방'흑색선전 등으로 선거 공정을 해하는 행위 등은 현행 규제 수준을 유지한다.

후보자는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 중 홍보물에 제작업체 등을 공개해야 하고 정치자금 입출내역은 48시간 내 선관위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통제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 '이정희 방지법' 두고 입장차

정치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군소후보자의 방송 토론 참석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대선 2차 방송 토론에서 지지율 10% 이상 후보자만, 대선 3차와 시'도지사 선거 2차 방송토론회부터는 지지율 1, 2위 후보만 나오도록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지지율 1% 대의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동일한 토론 기회를 얻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이정희 방지법'인 셈이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정치관계법 개정에 환영하면서도 해당 규정에 대해서는 소수의견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통합진보당은 "인위적 기준으로 2명에게만 토론 기회를 주는 것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이외에도 개정의견에는 정당에 대한 선거보조금의 중복지급을 막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 있다. 대신 선거기간 중 정당이 정강'정책 홍보를 할 수 있게 하고 유급 사무직원 수를 제한하지 않도록 바꿔 정당활동도 자유로워진다.

국민 참여 가능성도 높아진다. 4'24 재보선 투표율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은 사전투표의 투표마감시각을 오후 4시에서 6시로 연장했다. 재외선거인'국외부재자의 등록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파병 부대 장병과 공관이 없는 국가의 재외선거인도 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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