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원 지정 26년 돈지붕, 아직 부지매입도 못해

도시민 쉼터 도시공원 수십년째 지지부진

3일 근린공원 예정지인 대구 서구 상리동 서대구공단 인근 와룡산 자락에 울타리가 쳐진 채 텃밭이 가꾸어지고 닭, 개 등이 사육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3일 근린공원 예정지인 대구 서구 상리동 서대구공단 인근 와룡산 자락에 울타리가 쳐진 채 텃밭이 가꾸어지고 닭, 개 등이 사육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3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 서구 상리동 서대구산업단지 인근 와룡산 자락. 산 초입의 너비 2m 길 한쪽에 철판으로 된 가건물이 있다. 가건물의 철망 안에는 개 3마리가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상추와 파, 고추를 심은 텃밭이 나왔다. 산 입구에서 100m가량 들어가니 '개발제한구역 행위안내문'이 길 옆 풀숲에 세워져 있었다. 안내문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는 약 330㎡ 규모의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그 안에 닭과 오리 6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산길 곳곳에는 나무에 묶인 개들이 으르렁거렸다.

이곳은 2011년 10월 근린공원인 가르뱅이공원(11만6천250㎡) 예정지로 지정됐다. 하지만 공원면적의 93.3%(10만8천443㎡)가 사유지인 이곳의 올해 토지매입 예산은 0원. 서구의 근린공원은 감삼못'평리'이현'상리공원 등 4곳뿐이고 조성이 예정된 곳은 가르뱅이공원 한 곳밖에 없다. 문제는 대구시가 올해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조성사업을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것.

서대구산단 인근에서 살고 있는 박영수(55'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저녁 무렵이면 유일한 운동공간인 달서천 강변에 나와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박 씨는 "강변에 있는 하수처리장에서 화학약품 냄새가 나고 뿌연 연기를 내뿜는 공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가 탁하다"며 "운동을 하기에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집 근처에 공원 등 제대로 된 쉼터가 없기 때문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강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 조성 차일피일

예산확보가 여의치 않고 재개발사업이 늦어지면서 공원 예정지로 지정되고도 10년 이상 조성이 미뤄지고 있는 곳이 넘쳐나고 있다. 지정 이후 10년 넘도록 부지매입도 마치지 못한 곳이 대구시 전체 40곳(근린공원 17, 어린이공원 19, 소공원 4)에 달한다.

올해로 지정된 지 26년째인 돈지봉공원(동구 용계동)의 경우 전체 공원면적(47만1천630㎡) 중 매입이 필요한 사유지(35만5천212㎡)의 16.3%(5만8천㎡)만 사들였다. 전체 예산 518억원 가운데 11%(57억원)만 투입된 상태로 조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상록 동구청 안전녹지과 공원총괄계장은 "공원 예정지의 공시지가가 1㎡당 3만5천원 정도인데 실제 매입은 공시지가의 1.5~1.7배 선에서 이뤄지는 등 예산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 예산이 투입되는 근린공원과 달리 구'군의 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어린이공원과 소공원의 경우 구별로 편차가 더욱 심했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구'군들은 어린이공원과 소공원 조성사업을 도심 재개발사업과 연계해 진행해 왔다. 이로 인해 재개발사업이 활성화된 곳과 침체된 곳의 공원 조성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

수성구와 달서구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수의 어린이공원과 소공원이 들어섰다. 수성구는 조성 계획인 어린이공원 99곳 중 63.6%인 63곳의 공사를 마쳤다. 소공원으로 계획된 6곳을 모두 완공했다. 달서구는 어린이공원 130곳 중 90.8%인 118곳을 조성했다.

반면 사업성 위주의 재개발사업에서 소외된 중구와 서구, 남구 등은 사업비 마련이 어렵고 계획된 공원 숫자도 적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구는 계획된 어린이공원이 3곳뿐이지만 그마저도 1곳만 조성을 끝냈고, 소공원은 계획 중인 곳도 조성된 곳도 없다. 서구의 소공원은 4곳 중 한 곳도 조성된 곳이 없고 남구의 소공원은 6곳 중 1곳만 공사를 마쳤다. 서구와 남구의 어린이공원은 조성률이 높기는 하지만 당초 계획된 곳이 각각 20'18곳으로 구별 전체 공원면적 확보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양한 녹지공간 확보해야

대구시는 기존 도심 내 공원부지 확보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모의 제약이 없는 소공원을 중심으로 녹지공간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도심의 공장 이전지나 공공청사, 대구선 철도 이전지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한 주제공원 조성도 고려하고 있다.

주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생활권공원은 조성대상이 되는 토지의 소유 상태와 매입 비용, 공간 형태와 주변 환경 등을 평가해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 토지 매입을 원활하게 할 계획이다. 또 구청과 학교, 병원 등 공공시설의 담장을 허물어 시설 내 공원에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특히 학교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접근이 쉽고 운동장 등 공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학교 공간을 공원화하는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연 대구경북연구원 지역개발팀 연구원은 "학교 등 신설되는 공공시설과 근린공원을 한곳에 모아 큰 녹지공간을 만들거나, 구도심에 남아있는 좁은 땅이나 건물을 짓기 힘든 형태여서 방치된 땅 등을 대구시나 구청에서 매입해 소공원으로 조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강점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규모가 큰 근린공원은 현실적으로 조성이 어렵기 때문에 공동화된 도심에는 소공원 위주로 조성할 것"이라며 "경북대와 계명대 등 공원기능을 하고 있는 도심의 대학 담장을 허물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배수지 등 공공시설을 공원화해 개방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도시공원이란

도시공원이란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공원을 말한다. 생활권공원과 주제공원으로 나뉘며, 생활권공원에는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 소공원 등이 있고 주제공원에는 체육공원과 문화공원, 역사공원, 수변공원 등이 있다. 대구시의 경우 면적기준으로 90%가량을 생활권공원이 차지하고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는 도시공원의 1인당 면적기준을 6㎡로 명시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