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숙 이제는 20대까지…

알바도 대학생에 밀려 PC방 등 전전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뒤에도 직업조차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20, 30대 노숙인이 급증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30, 40대를 중심으로 실업 노숙인들이 늘어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에 따르면 노숙인센터를 거쳐 간 20, 30대 노숙인은 2010년 39명(20대 12명, 30대 27명)에서 2012년 65명(20대 27명, 30대 38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이미 3월 현재 29명(20대 14명, 30대 15명)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20, 30대라는 젊은 연령층인데다 이들 노숙인들의 절반 이상이 고졸 이상의 학력 소유자들이라는 점이다.(표 참조)

20, 30대 노숙인들은 IMF 당시 실업 노숙인들과는 달리 성년이 된 이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보지 못했다. 보육원에서 생활, 부모의 이혼, 가족의 질병 등의 이유로 일찍이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면서 주변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핵가족에서 자란 탓에 친척, 지인 등 사회적 연결 고리도 전혀 없는 상태다.

시간제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 경기 침체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도 대학생들이 이미 차지해 버렸기 때문. 사회적으로 홀로 됐지만, 자립 기회를 얻지 못한 채 PC방,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가 결국 노숙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20, 30대 노숙인이 중장년층 노숙인들과 어울리면서 노숙의 장기화를 가져오고,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는 것이다.

현시웅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장은 "젊은 노숙인들이 노숙인센터나 쉼터에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중장년 노숙인들과 어울리면서 부정적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층의 잠재적 노숙인들이 적잖다 보니 이들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PC방, 만화방,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가 결국 끼니를 해결하려고 거리 노숙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

김동옥 동대구노숙인쉼터 소장은 "PC방, 만화방 등지를 전전하다가 일주일 이상 굶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쉼터를 찾는 20, 30대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노숙인 지원을 책임지는 대구시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노숙인센터나 쉼터 등을 통한 파악 외에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잠재적 노숙인까지 파악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들은 "노숙인센터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고, 고용센터를 통한 자활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청년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 프로그램은 없다"고 했다.

현시웅 센터장은 "20, 30대 노숙인은 중장년층 노숙인들과 달리 눈높이에 맞는 직업 교육과 주거 등을 지원하고, 잠재적 노숙인들에 대한 대책까지 세워야 향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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