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과 개편을 담당하는 지역대학의 A교수를 만나 고충을 들은 적이 있다. 학과 개편은 입학 정원 조정과 유사학과와의 통'폐합 등을 포함하는 사실상의 학과 구조조정. 학과 개편은 교수들의 '자리'와도 직결되기에 대학 내에서 이것만큼 민감한 일이 없다. 일부의 강한 반발은 각오해야 한다. A교수는 "나도 같은 교수인데 왜 동료 교수들한테 욕먹고 싶겠나. 하지만, 우리 대학이 살기 위해선 새로운 생존 전략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경북외국어대(대구 북구 동호동)가 이달 1일 교육부로부터 최종 '폐교 인가' 승인을 받았다. 2005년 개교한 지 불과 8년 만이다.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은 건 경북외국어대가 최근 2년 새 전국에서 세 번째다.
바야흐로 대학이 문을 닫는 시대가 '마침내' 도래했다. 마침내라는 건 터질 줄 알고 있었던 일이 예외 없이 터졌다는 의미다. 교문만 열어놔도 학생들이 알아서 들어오던 시대에는 상상도 못했던 전대미문의 환란이 대학들 앞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위기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국내 고교 졸업생 수의 감소다.
국내 대학들이 64만 명이라는 현재의 총 입학정원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2015년부터 대학의 총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총원보다 많아진다. 2019, 2020년 무렵에는 45만 명 아래로 곤두박질 치게 된다. 통계청이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특히 2018, 2019년에는 하락곡선이 급격하다.
대학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 시대를 대비한 전략을 고민해왔다.
그래서 일부 대학에서는 자체 학과 평가를 통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거나 재학생 유지가 어려운 학과는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다. 학과 정원이 일정 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폐과시킨다는 곳도 있다.
하지만, 고민의 깊이만큼 그 대비책이 튼튼하다고는 자신하기 어렵다. 대학이라는 조직이 일면 태생적으로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일 테다. 특히 지역 대학들이 처한 여건은 더욱 불리하다. 지역 대형 사립대학들은 입학정원이 4천~5천 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정원 감축, 학과 조정이 말이 쉽지 어설프게 시작했다가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거나 자칫 고소'고발, 소송으로 비화하기 십상이다. 입학 정원 감축은 당장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영자(설립자)로서는 쉽게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취업률 등 과도한 지표 경쟁을 벌여 대학들의 자연도태를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정부는 어떨까. 최근 교육부는 수도권 집중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어려워진 지방대학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하고, 지방대학육성법의 제정도 약속했다. 특성화 전문대를 2014년 50개 교, 2015년 70개 교, 2016년 100개 교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인재가 지방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에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새 정부의 청사진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대학가의 변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함께 특성화와 구조개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례로 전국 전문대가 140여 개인데 이 중 100개를 3년 내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하면 나머지 대학들은 자연히 하위그룹으로 밀려나게 된다. 대학들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가속화 된다. 생존의 기로에 선 대학들에게 필생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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