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예술의 섬 나오시마

몇 해 전 가족들과 함께 '예술의 섬'으로 불리는 일본 나오시마를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섬은 이전에는 구리 제련소에서 쏟아내는 공해와 산업폐기물이 섬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주민들에게까지 버림받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기업인의 의지와 오랜 노력 덕분으로 이제는 예술을 이용해 재생에 성공한 새로운 사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이 이룩한 놀라운 변화를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 섬을 찾아갔습니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구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조형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앤디 워홀과 잭슨 폴록, 리처드 프린스, 브루스 나우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된 베네세하우스는 마치 뉴욕의 자그마한 미술관을 거니는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자연'건축'예술의 공생'이라는 주제로 1992년 문을 연 베네세하우스는 호텔과 레스토랑, 갤러리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건물로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건축물이기에 그곳에서 하루를 묵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베네세하우스의 인근에 위치한 지중미술관을 접하면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자연환경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공간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안목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지중 공간에 자연채광을 끌어들인 이색 공간은 그곳에 진열된 미술품과 건축물, 관람자 모두가 자연 속의 조화로움으로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중미술관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성격의 미술관인 이우환미술관 관람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자유로운 형상을 가진 추상미술이 정형화된 공간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지를 함축된 감성의 표현으로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조응은 그만의 철학에서 발화된 시공의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처럼 나오시마는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내와 예술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이 없었다면 이 섬은 600여 개에 달하는 세토내해의 여느 섬처럼 파도만 출렁이는 조그마한 섬으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창조적 발상의 전환이 연간 30여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신 성장 동력이 된 셈입니다. 게다가 아직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완성이 아닌 진행형으로 계속해 새로움을 더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가 나오시마의 사례를 배우는 일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발상의 전환과 예술의 힘이 결합될 때 나오시마가 살아났듯이, 대구 역시 이러한 동력들이 일어날 때 한 단계 더 발전된 도시로 나아가리라 기대합니다.

최정숙 대구YWCA회장 jschoi8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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