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 캐릭터, 누구나 알아보네…국제스타로 뜬 '대구산 게임'

인력 양성 인프라 지방벤처 한계 극복…지역 37개 업체 올해 매출 1천억

이달 19일 동성로에서 열린 KOG의
이달 19일 동성로에서 열린 KOG의 '엘소드' 행사.
KOG
AOM엔터테인먼트
KOG '아이마'
AOM엔터테인먼트 '버블킹'

'대구산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대구의 게임업체들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 한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게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 온라인 게임의 전국시장 정벌의 선두주자는 '민커뮤니케이션' '라온엔터테인먼트' 'KOG' 등. 대구에 본사를 둔 이 업체들은 국내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는 물론 인터넷 방송사, 모바일 시장 등과 계약을 맺고 게임시장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 게임산업은 '벤처기업' '지방기업' '규제산업'이라는 3대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 게임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신 성장엔진'으로 떠올랐다.

◆대구산 국민게임

이달 19일 대구 동성로. '제24회 동성로 축제'가 열리는 중 유독 눈에 띄는 행사가 있었다. 지역 게임업체 KOG가 마련한 '동성로 엘소드' 행사. 축제 참가자들은 엘소드 게임존에서 게임 시연에 참가하는가 하면 가족과 함께 '엘소드 JUMP' '파워 엘소드' 등을 만끽했다. 엘소드 주인공의 코스프레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날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엘소드 게임을 즐긴 이정훈 씨는 "게임조작이 단순하면서도 재미있어 아들과 자주 하는 게임이다. 중독성이 없는데다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어 부자간 정을 나누기에 제격이다"고 했다.

이 행사는 KOG 측이 대구의 대표 축제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소개하고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올해로 4번째다.

엘소드 게임은 지난달 북미 게임 포털 '스팀 그린라이트'의 인기 게임 TOP 5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KOG가 지역기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남다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50여 명의 개발 인력을 보유한 KOG는 물리 시뮬레이션과 렌더링 등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OG 개발팀 김용진 씨는 스테레오 페인팅(3D 안경을 이용할 때 3차원으로 보이는 그림)을 손쉽게 그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최근 삼성전자가 주최한 '제19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그랜드체이스' '엘소드' '파이터스클럽' 등 온라인게임을 20여 개국에 서비스 중인 KOG는 지난달에는 '아이마' 개발을 완료했다.

또 다른 국민 게임은 라온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테일즈런너'. 아프리카 TV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이 게임은 최근 랭킹시스템을 도입해 1천만 명의 이용자들과 달리기 실력을 겨룰 수 있게 됐다. '타임어택' 시스템은 테일즈런너에 최초로 도입된 친구 간의 경쟁 요소이다. '혼자 달리기' 모드에서 특정 맵에 대한 자신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친구로 등록한 다른 이용자들의 순위와 점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모바일 게임인 '애니팡'의 경쟁 요소를 옮겨 온 것. 매주 월요일마다 랭킹 시스템이 적용되는 특정 맵이 공개되며 이에 따라 랭킹 또한 경신된다. 더불어 자신의 기록을 메시지를 통해 친구에게 알릴 수 있는 '자랑하기' 기능과 최고 점수에 도전할 때마다 보상으로 지급되는 게임 아이템으로 경쟁의 재미를 더했다.

라온엔터테인먼트 측은 "신나는 달리기의 재미에 친구들과의 짜릿한 랭킹 경쟁까지 더해져 이용자들의 승부욕을 더욱 자극한다. 이 같은 랭킹 시스템은 올 2분기 출시 예정인 '테일즈런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도 실시간 연동되어 이용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즐거움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민커뮤니케이션이 개발한 퓨전판타지 온라인 게임이 9년째 국민게임으로 장수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유럽 중세 판타지 풍과는 달리 한국 문화가 배경이 되는 '코리안 판타지'이다. 학교별로 검도부, 격투부, 기예부, 양궁부 총 4개의 부서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하며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나가는 학원액션 롤플레잉게임(MMORPG)이다.

◆대구, 게임의 메카

대구 게임업계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대구 37개 업체의 매출액은 2007년 636억8천만원. 이후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1년 899억7천만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매출 1천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전망은 더 밝다. KOG의 조선영 홍보팀장은 "하나의 게임이 한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게임산업의 경우 모바일 게임 등으로 급속히 대중화되는데다 캐릭터 산업 등 연관산업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대구 게임업계는 개발분야도 다양하다. 온라인 게임, 스마트앱 게임, 콘솔 게임, 게임 캐릭터 디자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대구 게임 산업의 '빅3'로 불리는 KOG, 라온엔터테인먼트, 민커뮤니케이션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게임 중독 걱정 없는 국민게임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JCR소프트의 '다크블러드', 네오썬의 '리베드온라인', 아베크게임즈의 '진온라인' 등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온라인뿐 아니라 스마트앱, 콘솔 등 다양한 게임 분야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앱 게임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지역 스마트앱 게임 개발 업체에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썬피니티의 '공격! 탑쌓기', AOM 엔터테인먼트의 '버블킹', 코즈모의 뮤지컬 공연정보 앱 내의 '미니게임' 등이 있다.

일본, 미주시장에서 꾸준한 각광을 받고 있는 콘솔 게임 분야의 경우 지역 업체 가운데 사이버프론트코리아가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을 독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향후 스마트TV앱 게임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엔터테인먼트의 '볼링스타', 부싯돌의 'Air Force'도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인기몰이하고 있다.

◆잘 만든 게임 하나 열 산업 안 부러워

대구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도권 못지않은 인력수급과 마케팅 시스템. 2005년 설립된 '대구게임아카데미'는 관련 전문인력들을 배출하고 있다. 대구게임아카데미는 실무에 투입 가능한 게임 개발 인력을 장기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매년 30여 명씩 양성하고 있으며, 게임 업체 재직자를 위한 단기 과정도 운영 중이다.

최근 대구스타디움 내 시민관람코스 입구에 새롭게 오픈한 '대구 가상 스포츠 체험관'은 게임 마케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스크린 야구, 육상 등 기존 14개 콘텐츠에 가상 스크린 골프와 스마트TV 콘텐츠 등을 추가해 총 18개로 체험 콘텐츠를 확대했다.

또 게임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순기능을 널리 홍보하기 위한 '대구 글로벌 게임문화 축제(e-Fun)'도 10월에 열린다. 기존의 지역 대표 게임 축제인 'e-fun'이 과거 B2B(기업 간 비즈니스 상담)에서 게임문화축제로 변신하는 셈이다. 이미 사업비로도 국비 3억원을 확보했다. 게임을 주제로 한 '원소스 멀티유즈'(OSMU) 활성화를 위해 도심 RPG 패션쇼 등이 열린다. 원소스 멀티유즈는 하나의 영상 콘텐츠를 영화'게임'애니메이션'앱 등으로 공급하는 형태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관련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역기능이 우려되는 온라인 게임 대신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실감형 스포츠 게임 전시 및 시연도 새롭게 선보인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박남근 홍보담당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업종 중 해외에 바로 나가 단독으로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메이저 현지업체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제품은 별로 없다. 하지만, 게임은 지역에서 바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제품이다"며 "게임은 시작 자체가 무형의 아이디어와 스토리로 이뤄지는 창조산업이다. 그리고 코딩부터 기획, 디자인, 그래픽, 마케팅, 운영 등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이익률은 적게는 10~20%부터 많게는 50%에 육박하는 만큼 대구의 전략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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