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이 전통 계(契) 모임의 살가운 풍경과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계안'(契案)과 '계회도'(契會圖)를 한데 모은 정기기획전을 마련한다. 3일 개막해 8월 25일까지 84일간 계속된다.
친목도모와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했던 계는 이웃 간에 결혼과 장례 등 큰일을 함께 해결하고 기뻐해 오던 중요한 사회 조직이었다. 이 때문에 전통 계는 목적과 필요에 따라 친족 간의 길흉사에 상부상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족계'(族契), 선현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조직된 '학계'(學契), 관직 생활의 고락을 함께한 것을 기념하는 '관계'(官契)와 '친목계'(親睦契) 등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이번 국학진흥원의 기획전에서는 전통 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기록과 그림으로 남겨놓은 '계회도'(契會圖)를 만나볼 수 있다. 말 그대로 계 모임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하단에 이름과 본관, 관직명 등 참석자들의 인적사항을 적었고 계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넣어 참석자들이 한 장씩 나누어 가져 모임의 취지와 의미를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했던 것.
이번 전시회에는 1478년(성종 9년)에 결성된 '우향계축'(友鄕契軸'보물 제896호)을 볼 수 있다. 안동 지역 5개 성씨(고성 이씨, 안동 권씨, 흥해 배씨, 영양 남씨, 안강 노씨) 문중의 50세에서 60세에 이르는 사람 13명이 모여 시작한 우향계의 내력을 기록한 계축이다. 우향계는 1903년(광무 7)까지 이어져 오다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혼란기를 거치면서 잠시 중단됐으나 1950년대 후반부터 다시 부활하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3명의 후손 100여 명이 지금도 모임을 지속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안동댐 주위에 '우향각'(友鄕閣)을 짓고 해마다 3월에 계 모임을 하고 있다. 또 2006년에는 처음 계를 결성했던 13명을 모시는 '우향사'(友鄕祀)를 지어 제사도 함께 모시고 있다.
1613년에 결성된 1552년(임자년)과 1553년(계축년) 동갑계 모임인 '임계계회'(壬癸契會)의 후손들도 400년 동안 계 모임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519년 안동의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관아로 초청해 성대한 양로연을 베푸는 모습을 그린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보물 제1202호), 도승지 남세건 등 승정원 관원 10명이 모여 연회하는 모습을 그린 계회도인 '은대계회도'(銀臺契會圖'보물 제1202호), 사헌부를 배경으로 신임 감찰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린 '상대계첩'(霜臺契帖'보물 제1202호), 9월 6일에 재경 영남지방 관인들 26명이 삼청동에 모여 연회하는 모습을 그린 '보첩'(寶帖) 등 60여 점이 전시된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김순석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인들 계모임이 박제화된 박물관의 골동품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 속에 여전히 친숙하게 들어와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며 "신입 직원 환영회는 그 옛날 관계의 신참례와 흡사하며 동창회'향우회'동호회의 모임도 친목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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