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교육 대표 브랜드 '책 쓰기'

펜을 든 학생 "나는 작가다"

심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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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고
성서고
포산고 제공
포산고 제공

책 쓰기 활동은 대구 교육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 활동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한편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된 것. 대구시교육청은 매년 학교 책 쓰기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의 글 가운데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들을 골라 정식 출판될 수 있도록 출판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2009년 1권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학생 저자들이 선보인 책은 모두 48권에 이른다.

올해도 책 쓰기 활동 결과물이 나왔다. 10일 오후 시교육청에서 열릴 출판 기념회 때 선보일 학생 저자들의 책은 모두 21권. 지난해 책 쓰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쓴 글을 모은 뒤 교정, 편집 등 사후 작업을 거쳐 맺은 결실들이다. 이 가운데 매일신문사를 통해 책을 펴낸 심인고등학교, 성서고등학교, 포산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서고 학생들의 사색

성서고 책 쓰기 동아리 '알토란' 학생들이 펴낸 책은 '아마추어'(AMATEUR)다. 3학년인 강소미, 곽나현, 김가미, 노다빈, 백승예, 하은주 양과 박민근, 이민호, 허성현 군 등 9명이 지난해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시, 수필, 소설에다 서평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강소미 양은 서평 4개를 수록했다. 책을 읽은 뒤 줄거리와 소감, 함께 생각해볼 거리 등으로 나눠 적었다. 서평 중 소미 양이 가장 아끼는 글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지음)를 읽고 쓴 것. "지글러의 책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 요인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대화식으로 풀어 알기 쉽게 설명했어요. 읽고 나서도 생각할 것들을 많이 남기는 책이죠."

소미 양은 책이 나온 것이 기쁘긴 하지만 소설을 쓰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대입 준비를 하다 힘들 때 이 책을 꺼내 보면 힘이 될 것 같아요. 다만, 애초 소설을 쓰기로 했는데 서평밖에 싣지 못해 아쉬워요. 쓰던 소설을 저장한 한글 파일이 사라지는 등 우여곡절을 여러 번 겪었거든요.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소설 쓰기에 도전해볼래요."

허성현 군은 이번 책에 시 14편을 실었다. 여느 학생들처럼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던 성현 군은 노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영감을 얻어 시를 완성했다. 노래 가사를 쓰는 취미도 시를 적는 데 적잖게 도움이 됐다.

"처음엔 글쓰기가 힘들었어요. 머리는 공황 상태인데 펜을 잡고 종이에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니 거부감마저 들었죠. 어느새 글 쓰는 작업이 끝나고 책이 나왔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일단 제 생각들을 세상에 내놓고 보니 책에 미처 다 옮기지 못한 생각들을 다른 곳에서 당당히 드러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요."

학생들을 지도한 전정희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보람이 컸다고 했다. "교내 문집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큰 성취감을 느끼는 걸 보곤 시교육청의 책 쓰기 사업 공모에 덜컥 원서를 냈죠. '진짜 책'이 나온 걸 보고 아이들이 행복해 하니 저도 너무 기쁩니다. 사실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살짝 걱정도 했거든요."

◆심인고 학생들의 감수성

우듬지는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라는 뜻이다. 또 2010년부터 활동 중인 심인고 시조창작동아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3학년인 우듬지 회원 안진협, 윤재근, 이광진, 이상목, 이주형, 이한름, 최민익, 최주현, 황광태 군 등 9명은 지난 한 해 동안 쓴 시조들을 '빈 가슴에 피어난 꽃'이라는 책에 담았다.

고교생들이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은 종종 눈에 띄지만, 시조에 손을 뻗는 것은 드문 일. 10편의 시조를 책에 수록한 최주현 군은 시조를 쓰는 것이 스스로 생활을 돌아보는 방법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라고 했다.

"시조를 쓰는 것은 시와 달리 일정한 틀에 맞춰야 하니 쉽지 않아요. 표현을 어떻게 압축해 써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또 시조에 쓸 소재를 찾으려면 주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합니다. 자연히 평소 생활 태도도 예전보다 진지해지죠."

최민익 군은 지난해 우듬지 회원들과 청도 민족시 백일장에 참가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봄비가 오는 가운데 시를 쓰고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는 것.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새길 것이 또 하나 생겼다. 책을 출판한 일이 그것이다.

"책에 담은 시조 8편 가운데 중국 여행을 다녀온 뒤 적은 '산, 바다'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사막 등 중국의 거친 자연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꼈고 그 감정을 시조로 썼죠."

우듬지 회원들을 지도하는 김종두 교사는 시조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책에 4편의 시조를 담았다. 그는 학생들이 우듬지 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졌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감성이 메마른 경우가 많아요. 자기 성찰 없이 결과를 얻는 데만 치중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시조를 쓰다 보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 사물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돼요. 시조를 쓰는 건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우기에 좋은 방법입니다."

◆포산고 학생들의 꿈

'드림-꿈꾸는 아이들의 네 번째 몽(夢)'. 포산고 책 쓰기 동아리 '꿈꾸는 아이들'이 이번에 펴낸 책 제목이다. 이 책의 특징은 학생 저자들의 꿈(진로)을 주제로 책을 엮었다는 점이다. 류선희, 김윤정, 석진향, 이선영, 남가현, 윤세현(3학년), 박태익, 윤찬희, 한유정, 김예진, 표지영, 이이호(2학년) 학생이 글을 썼다.

책을 좋아하는 류선희 양은 '글을 짓는다? 책을 만든다!'는 제목의 글을 '드림'에 담았다. 이 작품은 학급 문집을 기획, 편집했던 과정을 생생하게 적은 것. 등장인물들도 선희 양과 함께 문집을 만들었던 친구들이다.

"이 소재를 택한 것은 제 꿈이 출판 기획자인 데다 이 글을 보고 후배들이 문집을 만들 때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동아리 부장인데도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책이 나와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김예진 양이 수록한 글은 '사람을 향합니다'. 광고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꿈에 맞춰 사람 냄새 나는 광고 제작 과정을 단편 소설로 엮었다. 광고의 홍수 시대에서 의미 있는 광고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여지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예진 양이 밝힌 작품 구상의 동기.

"내용상 엉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워요. 아무래도 아직 학생 신분이다 보니 직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적으니까요. 그래도 주어진 여건 속에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훗날 이 책을 다시 펴게 될 때 제 모습은 이미 꿈을 이룬 상태였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는 아이들'을 지도한 김창홍 교사는 학생들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여러 가지라고 했다. "글을 쓰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찾게 됐고,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기회도 됐죠. 선배와 후배가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유대감이 돈독해졌고요. 무엇보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은 것이 큰 소득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성서고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심인고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포산고 사진=포산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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