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 씨 일가 재산 추징해 법 정의 세워라

검찰이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려고 자택을 압수 수색, 고가의 미술품 등을 압류했다. 자녀들과 친인척의 집과 회사 등에서는 도자기 등 100여 점을 압수했다. 검찰은 전 씨의 장남 재국 씨가 재산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전두환 추징법'이 12일 발효됨에 따라 전격 압수 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추징금을 단순히 집행하는 데에서 나아가 재산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수사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전 씨는 대통령 재직 시절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관련해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2천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533억 원만 내고 16년 동안 돈이 없다고 버티면서 1천672억 원을 내지 않았다. 그 사이 과거의 부하들과 골프를 치거나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호화 생활을 해왔다. 그의 자녀들 역시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으로 사업을 일구고 막대한 부를 쌓았다.

전 씨와 그 일가의 행태는 법을 조롱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이며, 검찰 역시 미납 추징금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해 법의 무력화를 가져왔다. 검찰이 2004년 차남 재용 씨에 대한 수사에서 전 씨의 비자금 73억 원의 꼬리를 잡고도 환수하지 않아 힘 있는 사람은 법 위에 군림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단적인 예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전 씨 일가의 재산을 철저히 추적해 법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전 씨는 압수 수색을 당하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자신과 일가의 재산을 정리해 스스로 미납 추징금 문제를 매듭짓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인생 말년에 접어든 그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는 것이 그나마 역사적 잘못을 씻고 가문의 품위를 조금이라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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