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와 매미 때 마당에 물이 들어왔고 화장실 오'폐수가 싱크대 옆으로 흘러다니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집이 허물어졌지만, 개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년 전 이전이 결정된 사안에 대해 다시 타당성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8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중동 대구경북연구원(이하 대경연) 회의실. 대경연이 마련한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관련 입지선정 및 타당성 조사 설명회'에 수성구 주민과 구의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성이 오갔다. 몇몇 주민은 감정에 북받쳐 얼굴이 붉어졌고 목소리가 떨렸다. 수해를 입고도 제대로 수리조차 하기 어려웠던 과거 집 사진을 들고 나와서 그동안의 고통을 호소했다.
대구 수성구 주민과 구의원들은 이날 대경연의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타당성 조사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대경연이 조사를 맡은 것 자체가 달성군으로 달성공원 동물원을 넘겨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고, 현재 진행되는 조사의 기준과 항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어가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경연 측은 이해 당사자들 간에 중립을 지키고 객관성 있는 조사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대경연의 이번 조사는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후보지인 수성구 삼덕'연호동(구름골)과 달성 다사읍(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주변), 달성 하빈면(대평) 등 3곳에 대해 진행되고 있다. 대경연 측은 이날 이전 후보지 선정 지표로 ▷교통 접근성(도시 내 교통, 광역교통) ▷개발의 경제성(개발비용, 부지매입, 기반시설, 개발 장애요인) ▷조성의 용이성(부지 내 경사도, 생태자연도, 토지소유현황) ▷도시정책의 부합성(주변 관광자원, 도시계획과의 연계성, 도심 접근성) 등을 제시했다.
이날 참석한 주민들과 구의원들은 대경연의 조사내용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광주 달성공원 삼덕동 유치 주민추진위원회 대표는 "예산이 없다면서 20년 가까이 공원조성을 미루면서 주민들은 재산상의 피해를 겪었는데 다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료를 미리 공개하지 않아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는 등 이미 달성 이전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그냥 듣고만 가라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김삼조 대구 수성구의회 동물원 이전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용역 내용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농악 등 문화적인 지표를 넣었는데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수성구 삼덕동 반경 2~3㎞ 내의 문화역사자원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균형발전지표로 시청과의 직선거리로 도심 접근성을 구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동물원에 접근하는 길은 도로이지 비행기처럼 직선으로 도달할 수 없기에 실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호동 출신인 구용근 씨는 "시민 편의와 만족을 높이는 데는 접근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수성구 이외 지역은 떨어지는 접근성 때문에 도로 등 추가 인프라 비용이 든다는 점과 외지인과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대구공항과의 접근성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동희 대구시의원은 "인프라의 거리 문제와 분포의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앞으로 동물원은 대구만이 아니라 영남 일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기에 인근 지역의 관람객 접근성과 선호도도 같이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중표 대구경북연구원 도시 및 지역연구실 연구위원은 "각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는 등 최대한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에 충분히 반영해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대경연은 다음 달 중 최종보고회를 연 뒤 9월 4일 평가서를 마무리 짓게 된다. 이후에 입지평가위원회가 구성돼 평가 방법과 절차를 결정하고 최종 후보지는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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