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폭력 반성땐 '가해 사실' 졸업 후 학생부서 삭제

정부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 의결

정부는 2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5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대해 교육현장에선 지난해 내놓은 학교폭력 종합대책에 비해 학교폭력 예방활동에 주력했다는 평가와 현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7'23 학교폭력 대책', 어떤 내용 담았나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기록 보존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내년 2월 졸업생부터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졸업 후 학생부에서 삭제된다.

다만 졸업사정위원회가 기재사항 삭제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가해자가 행동변화를 보였는지를 판단, 졸업 후 삭제할 수 있게 했다.

체험활동 중심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인 '어울림' 프로그램을 개발해 2017년까지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1년에 10시간으로 운영되는 어울림 프로그램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해 학교에서 정규 시간에 학급별로 시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당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하에 별도 대안학급을 편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한다.

2학기부터 100개교에 대해 대안교실 시범운영을 지원하고 내년부터 희망하는 학교는 모두 대안교실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꿈키움학교'를 오는 2학기에 1천 개교, 내년엔 3천 개교 이상을 선정해 재정 지원도 한다.

집단 따돌림과 같은 관계적 유형의 학교폭력에 한해 처벌에 앞서 '교우관계 회복 기간제'를 도입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가해'피해학생 간 관계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 뒤 자치위원회가 그 결과를 참작해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감경할 수 있게 된다.

가해학생이 전학'퇴학 될 경우 대안교육 기회를 줘 반성의 기회를 부여한다.

가해학생이 학교폭력을 또다시 저지르면 가중 조치하고 강제 전학 후 피해학생의 인근학교로 재전학 오는 것도 금지했다. 가해학생이 재심을 청구하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정지되는 현행 규정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 청구 시 학교장이 가해학생에 대해 접촉금지, 학급교체, 출석정지 등의 긴급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교육청에 바로 보고하고 처리 단계별로도 실시간으로 보고하게 했다.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에 마련된 '학교폭력 민원 신문고'로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했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폭력 특별점검단'을 가동한다.

학교전담경찰관을 일반고는 현재 1명당 20개교에서 내년에 10개교로, 고위험학교는 같은 기간 1명당 1∼7개교에서 1∼5개교로 늘린다.

교내에 100만 화소 이상의 폐쇄회로(CC)TV를 올해 13만 대로 확대하고, 학교폭력 취약지역에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를 도입해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실효성 있을까, 기대 속 우려도

지난해 10월 진행된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8.5%에서 2.2%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유형별로 강제 심부름, 금품 갈취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유형은 많이 사라진 대신 집단 따돌림, 사이버 괴롭힘 등 은밀한 유형의 폭력은 계속됐다.

교육부 측은 이번 7'23 학교폭력 대책과 관련 "예방 활동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예방교육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한 어울림 프로그램이나 학교 내 대안학급 설치, 꿈키움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어울림 프로그램 개발로 교육과정 내 대안교육과 인성교육을 강화한 점은 바람직한 조치"라면서도 "학교 내 대안교실은 결국 가해'피해 학생이 학교 내에서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측은 "그동안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경쟁교육 완화, 학급당 학생 수 감소, 학생과의 만남 시간 확보를 위한 학교업무 정상화 등의 대책은 없다"며 "교사들에게 어울림 프로그램 등을 강제함으로써 오히려 교사가 학생들과 상담할 시간은 더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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