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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내가 가장 아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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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아프단다 -유안진(1941~)

나는 늘 사람이 아팠다

나는 늘 세상이 아팠다

아프고 아파서

X-ray, MRI, 내시경 등등으로 정밀진단을 받았더니

내 안에서도 내 밖에서도 내게는, 나 하나가 너무 크단다, 나 하나가 너무 무겁단다

나는 늘, 내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잘못 아프고 잘못 앓는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피멍들게 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대적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사랑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망쳐준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내 세상을 배반한 누가 없단다

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

-시집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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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유안진 시인의 사는 모습이 딱 이렇다. 가족을 대하는 모습도,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도, 세상을 읽는 눈도 이렇다. 측은지심이 깊다. 애간장 졸이고, 속이 타고, 억장이 무너지고, 뼈저리게 아파하는 마음을 지녔다. 마음을 따르는 것이 몸이다 보니 덩달아 아픈 곳도 많다. 이젠 자신도 좀 돌보며 사는 게 좋겠다고 은근히 청을 넣어도 그게 가장 어렵다는 말을 돌려받았을 뿐이다.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말은 공감을 잘하는 마음을 지녔다는 말이다. 아픈 사람을 보면 자신이 더 아프고 고통에 찬 세상을 보면 자신이 더 고통받는다는 말이다. 사람의 심성구조는 그리 쉬 바뀌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음이 나쁘달 수 없기에 자꾸만 만류할 수도 없다. 다행한 것은 이렇게 아픔을 부릴 수 있는 시가 있다는 점이다. 인생의 황혼에도 왕성하게 시를 쏟아내는 시인을 보면 아직도 아파할 것이 많다는 방증이다. 시가 고맙다.

안상학<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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