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마음은 아름답다. 특히 학창시절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예쁘거나 멋진 이성을 기다릴 때 기분을 생각해보라. 비록 실망할지언정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짜릿한 상상이다.
공연을 제작하는 저는 매번 반복되는 것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기다릴 때의 마음은 항상 두근거린다. 무엇이든 기다린다는 것은 설렘도 있지만 뭔가 모를 불안함도 공존하는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을 기다리는 자의 마음은 그 과정에 대한 신뢰로 인해 만족할 만한 기분 좋은 기다림이고, 그것을 그들이 만족할 만하게끔 만들어가는 현장 실무팀들은 그 기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하는 긴장감 있는 기다림일 것이다. 만약 그 기다림이 실망으로 돌아간다면 여태껏 해왔던 자기 작품에 대한 상실감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떤 기다림도 좋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장기공연을 통해 좀 더 완성되어가는 그 기대감의 기다림이 있다. 작품을 하나 만든다는 것은 그 속에 온갖 고민과 갈등, 속상함과 아쉬움 그런 것들의 반복적인 형태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또 그 과정이 길어지더라도 인내하고 차근차근 풀어가며,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 요인인 것이다.
공연은 많은 부분들이 모여 하나처럼 일체가 될 때, 그 작품은 빛을 발하게 된다. 그 빛을 발하는 작품을 위해 우린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한다. 어떤 책에서 생각이 신념으로 굳어지면, 우리 삶 속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들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만 고수하려 한다. '눈앞에 다양한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굳어진 신념은 위험하다'고 했다. 이처럼 혹시 지금 작품에 있어서 나의 신념이 그들 표현의 다양함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대에 따라 표현 방법과 생각 차이가 분명하게 있고, 우린 그 흐름을 따라 준비하고 기다려야 할 입장이다. 할 수 있음을 기다려야 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어야 하며 자신감을 입혀야 한다.
이렇듯 한 작품을 함에 있어서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조금 힘들더라도 지켜주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만이 꽤 오랜 기다림도 충분히 즐겁게 기다려진다고 본다. 다들 뭘 기다리고 있는가. 만약 기다리는 것이 있다면 그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은 절대 헛되이 말 것이며, 기다리는 시간들이 값지도록 자기만의 성실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 ho88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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