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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가게 "생물이라…얼음값도 안 나오지만 없으면 안 되니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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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은 더위 때문인지 지나다니는 손님들이 뜸했다. 시장에서 해산물가게를 운영하는 마모(39'여) 씨는 미리 뜯어놓은 얼음 포대를 들고 밖으로 나가 진열해 놓은 홍합과 새우에 얼음을 한 바가지 쏟아부었다. 한 번 얼음을 뿌려놓으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녹아버리고 마는 탓에 자주 얼음 상태를 확인하고 해산물에 얼음을 부어놓는다. 마 씨는 "손님들에게 싱싱하지 않은 해산물을 드릴 수는 없기 때문에 얼음은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통시장 내 해산물가게들이 얼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일 14, 15포대씩 얼음을 쏟아부으며 해산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애쓰지만 얼음값도 안 나오는 하루 벌이에 시름도 깊어간다.

시장 상인들은 얼음이 필요할 때마다 시장 내 얼음 소매상들을 통해 2, 3포대 정도 배달받아 사용한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해산물이 쉽게 상할 수 있어 얼음이 녹으면 바로바로 보충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칠성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20㎏짜리 얼음 한 포대의 가격은 3천500원 안팎. 9.4㎏의 각얼음은 한 덩이에 5천원 안팎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해산물 상인들의 경우 폭염 탓에 하루 5만원 정도를 얼음값으로 쓰고 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얼음 소매상들은 쉴 틈이 없다. 칠성시장 내 어물전 등에 얼음을 납품하는 얼음 소매상은 3, 4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얼음가게를 운영하는 한갑수(45) 씨는 배달을 갔다 온 뒤 잠시 가게에 앉아 있을 틈도 없이 기다리고 있던 손님에게 9㎏짜리 얼음 두 덩이를 내 주고 1만원을 받았다. 한 씨는 "여름철에는 얼음 주문이 봄'가을보다 최고 20% 더 늘어난다"며 "올해는 날씨가 더워 지난해보다 주문이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산물가게 상인들은 연일 37℃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야속하기만 하다. 해산물이 제철이 아닌데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 얼음값 대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얼음 비용을 줄이고자 몇몇 상인들은 아예 직접 얼음을 얼려오기도 한다. 유모(50'여) 씨는 홍합을 담아놓은 큰 고무 대야 안에 꽁꽁 얼린 얼음 페트병 4병을 담가놓았다. 유 씨도 하루에 얼음을 14포대씩 쓰지만 때로는 얼음값도 안 나오는 매상 탓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생각해 낸 방법이다. 유 씨는 "취급하는 물건들이 모두 생물(生物)이라 얼음이 없으면 안 되고 매상은 얼음값을 댈 만큼 오르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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