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점해둔 상표권…"잘만 하면 평생 재산"

무형재산 권리 지켜라…'지식재산' 대중화 시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스타인 가레스 베일(24'토트넘)은 최근 자신의 '하트 세레모니'로 만든 로고를 상표로 등록해 연간 300만파운드(약 52억원)의 수입을 올리게 됐다. '하트 세레모니'가 그의 창작물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을 해내고 상표등록까지 마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로고는 각종 패션 소품에 부착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해병대사령부가 이달 1일 '해병대 캠프' 등의 상표등록을 특허청에 신청했다. 지난달 발생한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 인명사고처럼 '짝퉁 캠프'로 인해 군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상표'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해 개인뿐 아니라 군부대 같은 기관'단체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지식재산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식재산권, 이제는 생존전략

지식재산권은 지식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를 말한다.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구체적으로 '문학'예술 및 과학작품, 연출, 예술가의 공연'음반 및 방송, 발명, 과학적 발견, 공업의장'등록상표'상호 등에 대한 보호권리와 공업'과학'문학 또는 예술분야의 지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기타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형체가 없는 무체(無體) 재산권인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분류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이 있다. 산업재산권은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해야만 보호되며, 저작권은 출판과 동시에 보호된다. 보호기간은 산업재산권이 10∼20년 정도이고, 저작권은 저작자의 사후 30∼50년까지이다.

이 가운데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것은 상표권이다. 원천 핵심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일컫는 특허권이나 특허만큼 고도의 발명은 아닌 고안에 대한 권리인 실용신안권은 해당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상품의 식별력을 가진 상표에 대해 특정인이 가지는 독점권을 말하는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은 일상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아이스크림 '누가바'와 맥주 '맥스'(Max)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화제가 됐다. '누가바'의 경우 해태제과가 지난 4월 롯데제과를 상대로 법원에 유사한 포장의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롯데가 포장을 바꾸면서 자사 제품인 '누크바'란 이름은 작게 표기하고 '누가&땅콩'이라는 이름을 크게 넣어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롯데 측은 '누크바'에 들어가는 누가와 땅콩이라는 원재료명을 표기한 것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맥주 브랜드 'Max' 상표권을 놓고 오비맥주와 벌인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의 상표 'OBMAX' 'CASSMAX'가 자사의 'Max' 맥주상표를 모방하여 출원한 것으로, 등록 무효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했다. 하이트진로 측 정병직(41) 특허법인 '대아'의 대표변리사는 "수백억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브랜드 관리에 들인 공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게 상표권 분쟁"이라며 "잘나가는 제품을 모방한 미투(me too) 제품들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상표권은 먼저 등록하는 사람이 주인인 '선(先)출원주의'이다. 상표와 아무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먼저 신청하는 사람이 '기득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때로는 특허청이 상표권 등록을 거절하기도 한다. 유명 브랜드를 이용한 '무임 편승'을 막기 위해서다. '꼬꼬면' '나는 꼼수다' 등은 일반인이 기습적으로 상표 출원을 하면서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대구 지식재산권은 아직 미흡

일반인들에게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삼성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세기의 특허 전쟁'이다. 특히 '둥근 모서리'로 대표되는 디자인 공방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의 주장을 기각한 것은 '카피캣'(모방꾼)으로 몰리던 삼성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애플의 소소한 승리보다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식재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구의 지식재산 성과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허청이 지난해 밝힌 '지식재산권 통계'(2010년 기준)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전체 지식재산권 9천787건이 출원돼 전국 8위에 머물렀다. 1위인 서울(12만548건)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분야별로는 디자인이 전국 4위(2천757건), 실용신안(508건)과 상표(2천954건)는 6위, 특허는 전국 9위(3천568건)로 나타났다. 등록이 완료된 건수도 디자인 4위, 실용신안 6위, 상표 7위, 특허 9위로 출원 건수와 비슷했다. 대구의 기초자치단체별로는 제조기업체들이 많은 달서구와 북구가 활발했다.

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경제인구수당 특허 출원 건수는 전국 9위, 기업체수당 특허 출원 건수는 전국 10위에 그쳤다. 연평균 특허 출원 증감률은 3.5%로 전국 11위였다. 산업분야별 특허 출원에서는 일반기계'자동차 등 기계분야가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자동차 분야는 2008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용신안의 경우도 일반기계 분야에서 가장 많은 출원이 이뤄졌지만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디자인은 대구의 등록건수가 2천147건으로 서울'경기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율(16.3%)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아울러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지식창출지수'연구생산성지수'기업생산성지수 등을 종합한 '지식재산 인프라지수'는 서울이 2.048로 1위인 가운데 대구는 0.401로 7위였다. 또 특허'디자인'상표출원 증가율, 기술이전지수, 사업화비율지수를 종합한 '지식재산 활동지수'는 전북이 1.102로 1위였으며 대구는 0.515로 9위였다.

특허법인 '이룸'의 권혁성(51) 대표 변리사는 "대구의 장기적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 부족도 문제"라며 "지자체들도 기업 유치, 경기활성화 노력과 함께 특정산업에만 치중돼 있는 산업구조를 다양화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지식재산센터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은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국가 및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연구개발 인력 및 개발자금의 부족 등으로 지식재산의 창출과 권리화가 대기업에 비해 저조한 게 현실이다. 이런 기업인 또는 예비창업자라면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지식센터(전화 053-242-8079~82)를 찾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978년 대구지방특허열람소로 문을 연 대구지식센터는 특허종합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문 컨설턴트들이 기업체 현장을 방문, 컨설팅을 제공하고 유사기술이 국내외에 특허출원됐는지를 조사하는 선행기술조사를 돕는다. 특허'실용신안 출원 비용의 일부도 지원하고, 대구시 전략산업'전통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에게는 '특허지도'(patent map) 보고서를 제공한다. 각각 2008,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브랜드'디자인가치제고사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디자인 경영전략에 대한 교육, 출원비용 지원, 브랜드'디자인 신규 개발 및 권리화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축산가공업체인 ㈜이가의 이재삼(43) 대표는 대구지식센터의 도움으로 특허 4건을 출원 중이다. 또 제품 디자인 개발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디자인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식센터를 통하면 개발비의 20% 정도만 내면 되는데다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어 적극 이용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대구지식센터는 대구시와 함께 '찾아가는 지식재산 교실'도 무료로 운영한다. 변리사,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강사진을 구성해 지식재산 기초'실무에 대해 교육한다. 지식재산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이나 팩스로 이달 30일까지 보내면 된다. 홍석준(47) 대구시 창조과학산업국장은 "지식재산권은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필수 요소"라며 "지식재산권은 특허 전쟁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한 출구전략"이라고 했다.

대구지식센터는 한편 '글로벌 IP(Intellectual Property) 스타기업' 육성사업도 벌이고 있다. 2007년부터 해마다 지식재산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 7, 8곳을 발굴해 전문 컨설턴트가 3년간 체계적으로 연간 7천만원 이내 범위에서 특허기술 시뮬레이션 제작 등을 지원한다. 올해는 대성쿡웨어'현대정밀'영화'넷맨'성진포머'한방미인화장품'옴니허브'대산라이팅 등이 선정됐다. 최운돈 대구지식센터장은 "IP 스타기업 37곳 중 33곳을 대상으로 지원성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사이 지식재산권 보유건수는 1천219건에서 3천262건으로 133%나 증가했다"며 "지식재산에 대한 투자가 매출'고용과 직'간접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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