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은 박근혜정부 국정 철학의 핵심이다. 정부가 일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하던 것에서 인터넷을 통한 양방향 정보 교환으로 바뀐 것이 정부 2.0의 변화라면, 정부 3.0은 이를 넘어서 모바일과 빅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개인에게 차별화된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 3.0에서 국민은 집단으로서의 국민이 아니다. 국민은 개인이다. 정부 3.0은 국민 개인의 목소리를 듣고 개인의 각기 다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이른바 스마트 정부를 지향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를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보내는지를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스마트 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빅 브라더' 감시 체제가 될 위험이 있다. 공공 기관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을 모니터링하게 되면 개인의 사생활과 공적 활동에서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정부 3.0의 전제 조건은 국민의 신뢰이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지도 않고 국민을 통제하지도 않는다는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얻을 때 정부 3.0은 실현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사회과학에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사회적 규범과 제도에 배태된(embedded) 것으로 본다. 예컨대 공직자의 부패는 공직자 개인의 윤리 문제에 원인이 있다기보다 관련 법과 제도의 취약성에서 배태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뢰가 제도적 장치에 영향을 받는다면, 공공 기관이 국민 생활과 관련된 데이터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에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공 기관은 정해진 제도에 따라 데이터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공공 데이터의 다양한 출처와 그 용도를 파악하여 정부 3.0 정책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한편 정부를 견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지난 7월 30일에 '공공 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됨으로써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이 법을 시행해야 할 중앙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초중고교 등 해당 기관 공직자들이 이 법의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 법의 제3조 3항을 보면 "공공 기관은 (중략) 공공 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법이 공공 데이터 이용의 보편적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예가 있다. 최근 미국 뉴욕시는 '오픈 데이터 법률' 제정 1주년을 맞이하여 플루토(PLUTO)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플루토는 뉴욕시의 부동산 데이터를 이용해 디지털 지도 작성을 가능하게 하는 매쉬업 서비스다. 지금까지 이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미화 300달러에서 1천5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플루토를 무료로 제공하게 되면 이 서비스를 통해 얻던 수입을 잃게 되지만, 시 당국은 그 대신 이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얻게 될 행정의 투명성, 그리고 신뢰에 바탕을 둔 호혜성 경제를 선택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부 3.0 정책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 3.0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가 보유'관리하던 데이터의 빗장을 단순히 열어놓는다고 해서 정부 3.0이 실현되지 않는다. 정부 3.0의 핵심은 공공 데이터 이용을 통해 유능한 정부를 만들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증거 기반 과학적 행정 구현에 나서야 한다. 정부 3.0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대학에서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와 강의가 활성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능력 있는 인력들의 창업 열풍이 일어날 것이다. 기업은 자신들이 소유한 정보와 연계하여 새로운 연구 개발과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다. 대학과 기업이 창조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정부 3.0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아시아 트리플헬릭스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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