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인상은 뛰고 움직이고 하는 매우 역동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역동적으로 노는 것은 초등학교까지이거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노는 모습을 보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거나 야외에 나가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커피숍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것들이다. 이를 보면 한국 사람들에게 '놀다'라는 것의 핵심은 '신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놀 때는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한국 사람들 사이에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직장 동료들과 혹은 친구들과 만나 별 뜻 없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놀면서 우울함을 해소하는데, 가끔 자신의 우울함을 다 털어놓으며 노는 분위기를 무겁고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하며 그런 부정적인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외로움을 과장하여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노는 상황에서 만나면 불편함이 앞선다. 예전에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에게 이런 불편함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잖아요"라고 답을 했다.
속담이나 격언은 옛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압축된 것이지만 그것이 모든 상황에 맞는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일찍 포기하기를 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끝까지 도전해 보라고 권하는 모순이 생기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안다'고도 한다. 이처럼 속담이나 격언은 상황에 대처하는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율은 아닌 것이다.
이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상황은 분명히 있다.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상담 전문가에게 이야기하면 슬픔이 반이 된다. 그러나 노는 상황에서 슬픔이 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남들에게 몇 배의 슬픔과 짜증을 던져준 결과일 것이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짜같이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라면 기쁨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고시 합격의 기쁨을 떨어진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려고 하면 원한을 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때도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쁨을 빼앗았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의미나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어떤 말이 상황에 맞는 말인지에 대해서 속담이나 격언은 답을 주지 않는다. 그에 대한 판단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통찰하는 방법밖에 없다.
민송기<능인고 교사 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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