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15년 문경 등 경북 7개 시군에서 개최되는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 상징물에 경북과 문경 등 개최지역 지명을 모두 빼면서 지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참여국 130여 개국. 아시안게임에 버금가는 세계군인대회를 통해 지역과 도시 브랜드를 높이려던 경북도와 문경시가 돈과 시설만 제공하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이 큰 실망감을 느끼면서 애정까지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추산하는 이번 대회 비용은 총 1천700억원으로, 이 중 30%인 500억원 이상을 경북도와 문경시가 부담해야 한다.
문경지역에서는 "개최도시 이름도 못 넣는 대회를 성원할 필요가 있느냐", "장소는 제공하더라도 돈까지 줄 수는 없다", "국방부의 이런 방침이 5개월 전에 알려졌는데(본지 3월 22일 자 8면 보도)도 경북도와 문경시, 지역정치권은 그동안 뭘 했느냐"는 등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문경의 인지도가 낮아 스폰서를 유치하기 어렵고, 분산 개최하는 상주, 포항, 안동, 영주, 김천, 예천 등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다른 시군들은 이미 경북과 문경 표기에 동의한 상태다. 특히 개최지역의 인지도가 낮아 후원사 등 스폰서 유치가 어려워서 지명을 뺐다는 국방부의 해명은 국제대회준비 경험이 전무한 국방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대회의 경우 스폰서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개최도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민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경시민들이 가졌던 대회 개최지로서의 '자존감'은 물론 국군체육부대에 대한 각별한 사랑마저도 흔들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최근 사업비 4천억원을 들여 문경지역에 23개 국제규격경기장을 갖춘 국군체육부대를 건립하고 부대 정착을 위해 문경시와 시민들의 각별한 성원을 당부했다.
하지만 세계군인체육대회라는 큰 행사를 이곳에 치르면서 성원을 부탁했던 시민들의 정서와 문경시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이 있어 문경을 언급할 수 없다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함에 따라 문경으로 온 체육부대 자체에 대한 반감마저 일고 있다.
문경시는 지난해 시민들로 구성된 '2015세계군인체육대회시민지원회'(공동위원장 김지훈 주대중 현한근)를 발족, 지금까지 12억6천만원의 성금을 모금하는 등 자발적인 성공대회 분위기 확산에 나섰다.
시민지원회 관계자는 "이제 활동 명분이 약해졌다.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에 있는데도 이런 수모를 당했다. 성금 모금은커녕 오히려 성금을 낸 사람들도 돌려달라고 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문경시 관계자는 "국방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좀 더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대회준비를 할 것으로 기대해왔는데, 개최도시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등 스포츠대회를 군대식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 거액의 혈세까지 부담한다고 하면 지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걱정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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