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거짓말쟁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짓말 시리즈가 있다. 중국집: 출발했어요, 금방 도착해요. 음주 운전자: 딱 한 잔밖에 안 마셨어요. 수석 합격자: 학교 공부만 충실히 했어요. 학원 광고: 전원 취업 보장, 전국 최고의 합격률. 여자들: 어머!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 이런 거짓말은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애교로 봐줄 만하다. 인터넷에서 거짓말 중 최고로 꼽히는 것이 있다. "저는 평생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사실 한국사회에서 단 한 번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손가락안에 꼽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은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기 때문에 악의가 없더라도 은근슬쩍 거짓말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전 세계에서 거짓말을 잘하는 민족으로 꼽힌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해마다 대형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고 상거래 질서도 낙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두 나라의 공통점인 유교문화를 배경에 깔고 있다. 문화적 특성상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글과 말을 앞세우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는 탓이다.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에서도 당직자들의 거짓말이 화제 아닌 화제가 됐다. 당직자들은 처음에는 전쟁 준비 발언이 나온 모임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가 친목 모임이었다고 말을 바꾸었고 마지막에는 모임에서 나온 농담이라는 식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모임 자체를 인정했더라면 그들이 주장해온 국정원의 조작설이 조금이라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당직자들의 거짓말 때문에 국정원의 정치성 수사를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쳐도 괜찮다는 한국적 좌파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거짓말쟁이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넘쳐난다. 거짓말에 어느 정도 관대한 사회 분위기 탓이다. 우리와 달리 영미 문화권과 일본만 해도 거짓말쟁이는 범죄자로 취급된다. 일본의 경우 정부는 거짓말을 일삼지만 일반 국민은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조갑제닷컴 대표 조갑제 씨에 따르면 한국의 위증범행 발생률은 일본의 671배, 무고범행 발생률은 4천151배, 사기범행 발생률은 17배에 달한다고 한다. 거짓말은 사회적 약속을 깨뜨리고 불신 풍조를 조장하는 나쁜 습관이다. 우리 사회에 진심만 남고 거짓과 사기는 훌훌 날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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