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 100년의 맛] 부곡리 논메기 매운탕

담백 칼칼한 탕맛…매주 전국서 수천명 식객

논메기 매운탕을 주문하면 다시마와 무로 우려낸 육수에 조리되지 않은 메기가 통째로 안쳐진 냄비가 나온다.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에 당면과 각종 채소도 듬뿍 들어있다. 매운탕이 끓기 시작하면 맛이 잘 배게 하기 위해 양념을 빨리 저어야 한다. 중간 중간 맛을 보면서 마지막에는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기 위해 산초가루를 뿌려 먹는다. 산초는 살짝 매콤하면서 톡 쏘는 향이 메기의 담백한 맛과 어우러져 깔끔하다.

대구 달성군이 내년 3월이면 군 개청 100주년을 맞는다. 달성군의 행정구역은 조선 말까지 대구부(府)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해방과 함께 대구부가 대구시로, 대구시가 직할시, 광역시로 이어지면서 달성군 지역이 대구로 편입됐다. 그래서 달성군은 현재 대구의 모태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달성군은 오랜 전통과 역사만큼이나 지역의 곳곳에서 뛰어난 먹거리가 전해져 내려오거나 아니면 새로 생겨나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100년 동안이나 진득하게 묵었고 또다시 새로운 100년을 이어갈 '달성 100년의 맛'을 찾아 떠나본다.

◆논에서 키운 메기

'논메기 매운탕'으로 유명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부곡리의 한자명은 주로 온천이 나는 마을을 상징하는 가마솥 부(釜)에 골 곡(谷) 자다. 한창 온천이 유행할 때 이곳 주민들은 지명을 들어 혹시 온천수라도 터질까 봐 수차례에 걸쳐 시추공사도 벌여봤다. 다소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맥을 찾긴 했으나 경제성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논메기 매운탕'이 그 뜨거운 이름값을 대신하게 됐다. 어느 날 한 촌부가 시작한 논메기 식당이 온 동네로 번져 이제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먹거리 마을로 변모했다. 이곳 부곡리 마을은 날이면 날마다 온 동네에서 논메기를 가득 안친 냄비가 펄펄 끓어 넘치고 있다.

부곡리 마을 논메기 매운탕은 이 마을에서 20여 년 동안 칼칼하고 담백한 탕 맛을 내고 있는 손중헌(64) 씨가 그 시초다. 손 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손중헌 원조 논메기 매운탕' 식당을 운영하다 2년 전 아들 기혁(31) 씨에게 물려주고 지금은 주차장 관리 등 허드렛일을 돕는다.

농사를 짓던 손 씨는 1992년 지금의 농업기술센터의 전신인 농촌지도소를 통해 우연히 메기 치어 3천 마리를 지원받아 자신의 논에다 풀었다. 당시 치어 한 마리에 300원으로 90만원어치 정도가 됐다는 것.

손 씨는 "처음엔 치어를 키워 성어를 내다 팔 요량이었다. 3, 4개월이 지나면서 약 30㎝ 이상으로 자라났고, 막상 메기를 팔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판로가 뚫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손 씨는 다 자란 메기를 논에서 그냥 죽일 수밖에 없다 싶어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 어느 날 이곳을 찾은 낚시꾼으로부터 '아예 메기 매운탕을 직접 끓여 보는 것이 어떻겠나'는 말을 듣게 된다. 손 씨는 '맞다. 바로 이것이다'며 무릎을 치고 논가에 원두막처럼 대충 짓고 매운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냥 논에서 메기를 키웠다고 해서 '논메기 매운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을 전체가 '논메기 매운탕'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할 정도로 번성했다.

◆도시철도 개통으로 제2의 전성기

2005년 마을 입구에 대구도시철도 2호선의 종점인 문양역이 개설되면서부터 매운탕 마을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게 된다. 요즘 평일에는 평균 1천여 명,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2천~3천여 명이 찾아오는 등 사시사철 손님들로 북적인다.

특히 이곳 부곡 논메기 매운탕 마을에는 문양역을 통해 들어오는 단체 손님이 태반이다. 대구에서 동창회, 계, 동호회, 가족모임 등 단체손님들은 자주 가는 단골식당에 미리 전화로 예약해두면 시간에 맞춰 셔틀버스가 역에서 기다렸다 모셔간다.

마을 인근의 마천산이나 삼림욕장을 찾아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등산객들과 성주나 칠곡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불러도 셔틀버스는 부리나케 달려간다.

문양역이 처음 생길 당시에는 매운탕 식당 업주들이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호객행위가 서로 경쟁이 될 정도로 심했으나 이제는 그런 풍경을 전혀 볼 수 없다. 이 같은 불미스러운 모습이 결국 매운탕 마을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친목단체를 통해 '자정(自靜) 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준호(49) 논메기매운탕마을 상가번영회 회장은 "부곡리 논메기 매운탕 마을이 전국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제 손님들에게 명성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며 "이곳 논메기 매운탕이 대구 대표음식으로 손색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논메기 매운탕 마을이 착한골목 전국 5호점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착한골목은 매출액 일부를 매월 정기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가게'들이 골목을 이뤄 집단 가입할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정하는 것으로 논메기 매운탕 마을이 사회공헌에도 한몫을 해내고 있다.

음식 차림은 대'중'소로 나뉜다. 4인 기준으로 중짜만 시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메기 매운탕이나 찜의 경우 모두 2만, 3만원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