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지에 전라도 비하 표현 사과합니다"

전라민국·홍어공화국 등 대구과학고 "전부 회수"

대구 한 고교 교지(校誌)에 전라도를 비하하는 내용이 실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최근 인터넷상에 대구과학고가 지난해 12월 펴낸 교지의 일부분이라며 전라도를 비하하는 내용이 적힌 책 사진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이 교지에는 '전라민국' '홍어의, 홍어에 의한, 홍어에 의한 공화국' 등 전라도를 비하하는 표현이 여럿 담겨 있었다. 전라도 사람을 '홍어'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극우 성향과 극단적이고 과격한 표현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어온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약칭 일베)에서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내용이 15일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대구과학고에 대한 비난글이 잇따르고 학교로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이에 대해 대구과학고 관계자는 "재학생 가운데 전라도 출신 학생이 자신의 고향에 대해 반어적 어투로 유머를 담아 소개하려고 인터넷 사이트(백괴사전)에 떠도는 글을 조합해 올린 것"이라며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의 비난이 숙지지 않자 대구과학고는 16일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대구과학고 측은 학교 교지라는 공식적 공간에 불미스러운 내용이 게재된 점에 대해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글에서 대구과학고 측은 "학교 내부 사정을 근거로 들어 해명을 하려 한 것이 반성 없는 자세로 보인 것 또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의 부주의로 인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면서 논란이 된 교지는 전부 회수해 폐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과학고가 이번 논란을 부른 글의 출처로 지목한 '백괴사전' 측은 15일 공지를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글을 모두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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