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균형 있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 학교 경쟁력과 학생 행복을 모두 챙기는 길

현재 교육계의 숙제 중 하나가 일반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시안 형태로 일반고 역량 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 교육과정 분야의 요지는 자사고, 특목고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고교 교과 180단위 중 필수 이수 단위를 86단위로 통일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반고(116단위)와 달리 자사고(58단위), 자공고 및 교육과정 자율학교(72단위)는 필수 이수 단위가 상당히 적었다. 이는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 하지만 자사고 등은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국'영'수를 많이 편성하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반고에겐 이번 방안으로 국'영'수의 단위 수를 더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대목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방향과 기준에 대해 냉정히 통찰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화두는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있어서의 과목 간 조화다.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꿈과 끼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줘야 한다. 예능에 소질을 지닌 학생은 학교의 예능 과목을 통해 자질을 키우도록 도와 줘야 하고 경영'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겐 경제 과목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 줄 필요가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초'중'고교 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이 얼마나 연계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초'중학교 때 진로탐색 경험을 바탕으로 고교에서 학생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해보고 싶은 진로를 선택한 뒤 공부를 하게 하면 학습도 가속도가 붙게 마련이고 입시 준비도 더 잘 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자기 의사 한 번 제대로 표현해보지도 못하고,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채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다수의 나약한 미래인을 양성해놓으면 그 부담은 우리 사회가 두고두고 짊어져야 한다. 이제 학생 자신이 자기 인생을 선택하고 그 책임도 스스로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학교에 과도한 성적 경쟁을 하도록 채찍질해왔다면 지금부터는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교육과정 트랙에 들어서서 끝까지 자신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도록 타일러야 한다. 흔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행복한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제 학교가 준비하고 답해야 할 차례다.

김차진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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