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당시 로마 원로원은 모든 의사 결정은 일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일몰 후에는 어떤 의사 결정도 할 수 없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정적이었던 소(小) 카토는 정적을 견제하기 위해 역사상 필리버스터를 가장 먼저 이용했던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B.C. 60년. 에스파냐 원정을 마친 카이사르는 개선장군이 되어 로마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에게 로마 원로원은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 당시 로마법은 개선장군은 수상식을 갖기 전에는 시로 들어설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때 카이사르는 만 40세가 됐다. 집정관에 입후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로마법은 누구든 집정관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몸소 시내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카이사르는 딜레마에 빠졌다. 상을 받자니 시에 들어갈 수가 없고, 시에 들어가지 않으면 집정관이 될 수 없는 모순된 상황. 카이사르는 원로원에 청원을 넣었다. 궐석으로도 집정관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소 카토는 카이사르를 로마 공화정의 위협 요인으로 봤다. 그는 원로원에서 특유의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일몰을 넘겼다. 카이사르의 청원은 무위로 끝났다. 상을 받을 것인가, 집정관이 될 것인가. 결국 카이사르는 상을 포기했다. 시 경계를 넘어 집정관이 되는 길을 택했다. 훗날 카이사르에게 밀려난 소 카토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주)이 24'25일에 걸쳐 21시간 19분에 걸쳐 장광설을 늘어놓아 화제다. 크루즈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예산을 되살리는 것에 반대해 밤샘 마라톤 연설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필리버스터 기록도 1957년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세운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유색인종 민권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서먼드는 무려 24시간 18분 동안 연설을 이어가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국회도 원칙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법 제60조 1항에서 '위원은 위원회에서 횟수 및 시간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는 상임위원회에 국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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