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녹색건축으로의 전환

지난여름 남부 지방의 기록적인 폭염과 중부 지방에 집중되었던 긴 장마, 국지다발성 폭우, 혹서와 혹한, 상대적으로 짧아진 중간기(봄, 가을) 그리고 중간기의 이상고온 현상과 폭설은 우리 생활 속에서 인식하고 체험한 기후변화의 명백한 증거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지구촌의 이상기후는 다반사라 이를 대하는 우리 감각도 무뎌진 감이 없지 않다. 이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그 원인이다. 화석연료 사용량 억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축 부문에서 내놓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은 바로 녹색건축 활성화일 것이다.

녹색건축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녹색건축은 2002년 건축물 친환경성 평가를 위해 녹색건축 인증 기준이 만들어진 후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많이 친숙한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초창기에는 "녹색건축은 아직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설익고 미완성의 건축이다. 지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고 효율도 높지 않다. 건축 비용도 터무니없이 많이 들 것이다"는 식의 시각이 팽배하여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과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으면 수용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때맞춰 정부가 녹색건축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고 법령 정비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했다.

그 무렵 때마침 학술행사 참가차 북미와 호주를 방문하여 외국 녹색건축 전문가와 나눈 대화 내용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국내에서는 녹색건축물 보급 활성화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터라 녹색건축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아 재차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대답과 함께, "녹색건축은 에너지 절약과 높은 환경성, 거주 환경의 건강성과 쾌적성 증진, 쾌적한 실내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재실자의 생산성 향상 효과 등 건축주와 건물 이용자에게 부여되는 실질적인 혜택들이 있다. 이러한 혜택들은 결국 건축물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적 이윤도 함께 얻을 수 있다. 건물 이용자는 자신이 차별화된 녹색건축물에서 생활한다는 자부심과 프라이드도 가질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인센티브가 어디에 있겠느냐? 설사 이와 같은 혜택이 부여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녹색건축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후대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인센티브가 아니라 다소 손해가 따르더라도 대다수의 사람은 실행으로 옮길 것이다"는 답변이었다. 질문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가 너무 직접적이고 표면적인 이익과 혜택에만 집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학술대회 개최 장소 인근의 유명 녹색건축물을 견학했을 때는 건물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러 구성원의 녹색건축물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와 밝은 표정을 견학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녹색건축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녹색건축을 대하는 일반인의 의식과 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물질적인 인센티브보다는 국가, 사회적 필요성이나 그 시대가 요구하는 현안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비록 가시적인 혜택이 적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가장 필요해 보인다.

녹색건축의 이론적 바탕 개념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분명 건축뿐 아니라 이 시대 모든 분야에서 그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척도이며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과거의 건축이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의 토대 위에서 추진되었다면, 앞으로의 미래 건축은 환경 복원과 보전,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개발, 에너지 소비량 절감의 바탕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큰 시대적, 사회적 조류에 편승해야 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으므로 우리 모두에게 이를 수용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동호/대구가톨릭대 교수·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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