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심이 없었다면 영일지구의 푸른 산림은 우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1975년 4월 17일 공사현장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 앞에서 김수학 경북도지사, 박상현 경북도 산림국장, 조성완 사방사업소장이 사업 진척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모습을 디오라마로 표현했다.
◆젊은 산림청장 발탁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몇 안 되는 치적 가운데 하나가 물가를 잡은 일이다. 참모 활용을 잘했던 것으로 평가받는 전 전 대통령은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이 일을 맡기면서 "경제에 관한 한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면서 힘을 실어줬던 일화는 유명하다.
다시 산림녹화 얘기로 돌아가 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림을 푸르게 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1967년 산림청을 개청했다. 2명의 청장이 거쳐 갔지만 생각보다 산림녹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는 1972년부터 후임자를 물색했다. 인사'민정 라인을 총 가동해 적임자를 찾는데 갓 마흔을 넘긴 손수익 경기도지사가 눈에 들어왔다. 리더십이 뛰어났고 정책 추진력 역시 만족할만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산림청 사상 최장인 5년 8개월을 수장으로 근무하며 '명 산림청장'으로 불린 그가 발탁된 내막이다. 경기도백에서 산림청장으로 가는 것을 좌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손 청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권자의 의도에 충실했다.
1973년 1월 그를 청장에 임명하고 두 달 뒤인 그해 3월 대통령은 농림부 소속이던 산림청을 내무부 소속으로 바꿔 힘을 실어줬다. 빠른 시일 내 산림녹화를 추진하려면 산림청이 거미줄 같은 행정망을 갖춘 내무부 소속이라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손 청장에게 '산림녹화에 관한 한 전권을 갖고 임하라'고 지시했다는 설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재익 수석에게 '경제 대통령'을 언급했을 때 이 말은 박 전 대통령이 손 청장에게 했던 것을 원용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 기거하는 손 전 청장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다. 공무원은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다. 열심히 일을 한 것은 맞지만 공직자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제 와서 (저의) 산림녹화 공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산림정책 입안 및 추진에 관한 전권 부여설을 부인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림역사의 산 증인이면서도 "최장수 산림청장을 한 것은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머리를 돌렸다. 또 "우리나라의 산림녹화가 잘 돼 있어 그동안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업무와 관련된 전직 청장이나 장관(후에 교통부장관 역임) 모임에 일체 나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회고록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통화 말미에 "다른 지역이 (사방사업과 산림녹화를) 못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영일 사방사업은 정말 대단했다. 나 때문에 공무원들 고생 많이 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사진설명) 급경사 지역에서 인부들이 밧줄에 매달려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열정
손 전 청장 얘기를 길게 쓴 것은 산림녹화에 관해 박 전 대통령의 열정을 말하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귀국 길에 사막 같았던 영일지구를 보고 나서 산림녹화를 주문한 이후 대통령은 이곳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산림녹화가 가장 어려운 이곳의 사방사업이 성공해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40대 초반의 손수익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치산녹화 10개년 계획'과 더불어 '영일지구 5개년 계획'을 숨돌릴 틈 없이 밀어붙였다. 매주 업무보고가 청와대로 올라갔다. 현장 방문을 중시하던 대통령은 관심 사업장을 자주 찾았는데 1975년 4월 17일 영일지구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 차질없는 사업 추진을 당부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산림청장은 물론 김수학 경상북도지사와 공무원들은 거의 이곳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사방사업을 독려했다. 사방사업만 제대로 이뤄지면 산림녹화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관심에다 산림청장, 도지사까지 나서 독려하니 인부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작업이 계속됐고, 잠깐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휴식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 홍수 때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계단을 만들기 위해 밧줄에 몸을 묶고서 작업을 했다. 이렇게 해서 5년이 지나자 사막 같았던 곳에서 거짓말처럼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현재 사방기념공원에 디오라마로 잘 표현돼 있다.
경북대 생태환경시스템학부 김판기 교수는 "수목이 자라기 열악했던 영일지구가 이처럼 성공적인 사방사업을 통해 국내 최고의 산림조림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산림청, 경북도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설명) 사방기념공원내에 있는 사방기념관에 들어가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사방사업의 종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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