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강기정 의원, 국회의원이면 다가 아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경찰경호대 간의 폭력 충돌 사태가 어제 국회 본회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로 번진 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잘 보여줬다. 그 후진성이란 정치를 정치로 풀지 못하는 소통의 단절이다.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통은 막히고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혼자서 하는 정치는 독단이요 오만이다.

강 의원이 시정잡배의 입에서 나올 욕설과 함께 국회 본청 앞에 대기 중인 청와대 경호 차량을 발로 찬 것은 그런 독단과 오만의 발로로 보인다. 강 의원이 왜 그렇게 했는지 국민은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 연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참에 청와대 경호 차량이 국회 본청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으니 울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기는 속으로 삭여야 한다. 공무 수행 차량을 발로 차고 공무 수행 중인 경찰관에게 욕설과 함께 반말을 퍼붓는 방식으로 풀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곧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언행은 국회의원의 품격(품격이라는 게 있다면)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국회의원이면 다냐?'는 반감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강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차 문이 열려 있어 발로 툭 찼을 뿐이라는 요지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강 의원과 몸싸움을 했던 경찰관은 입술 부위가 찢어져 10여 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강 의원이 오히려 피해자라며 경호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경찰관이 자해라도 했다는 말인가? 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발뺌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그 경찰관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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